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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과 6국의 손익계산서 [김태우박시](광야의 소리)
REPUBLIC OF KOREA 광야의소리독자 4 267 2006-11-09 21:13:37
다음은 광야의 소리 http://www.aware.co.kr 에 있는 글잉.


북한 핵실험과 6국의 손익계산서



김태우 핵전문가/정치학 박사


김태우 미카엘 (삼성동 본당)



북한은 10월 9일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아홉 번째로 핵클럽에 가입했다. 예상했던 대로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확대실시를 통해 대북압박을 강화할 기세다. 2003년 미국의 주도로 결성된 PSI는 의심 화물을 적재한 선박에 대한 해상차단작전(MIO)을 위한 ‘의지의 동맹(Coalition of Will)'이며, 2003년 말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한 이래 북한이 주요 표적국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보혁논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한국이 과연 이런 논쟁을 즐길 여가가 있는지가 심히 의심스럽다. 6자회담의 여섯 개 당사국들의 손익계산서를 비교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현 시점에서 아이러니칼하게도 문제를 야기한 북한이 가장 큰 수확을 거두고 있다. 북한의 최대 목표는 언제나 ‘체제 및 정권 수호’와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었으며, 핵실험을 감행한 현 시점에서 북한은 이를 모두 이룩한 셈이다. 더욱 고립되어 주민의 삶이 고단해진다는 손실이 있지만 평양정권에게 있어서는 이보다는 언제나 정권수호나 핵보유가 우선이었다. 세계 언론들이 추가 핵실험 여부와 관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행을 주목하는 것만 보더라도 북한은 그 만큼 국제정치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이러한 지위상승은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이루려 했던 중요한 목표의 하나였다.

일본의 손익계산서도 양호한 편이다. 북핵으로 인한 안보불안과 안보비용의 증가는 일본에게 강요된 손실이다. 그러나 북핵은 정치·군사적 강대국의 지위를 추구하는 일본의 보수 지도자들에게 손쉽게 군사현대화 및 국제역할 증대를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빌미가 되고 있다. 북한이 세계 제2위의 경제·기술 대국인 일본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안보불안 그 자체도 과장되어 있다. 북핵은 일본이 원하는 미일동맹 강화를 도와주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 활동영역의 확대, 유엔안보리 상임사국 진출, 평화헌법 개정 등을 통해 국제적 역할을 증대시키기를 원해왔으며, 공고한 미일동맹을 이를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일본의 대미외교도 힘을 받고 있다. 일본의 관리들이 핵무장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미국에게는 확고한 핵우산 제공을 강요하는 것이며, 중국을 향해서도 북핵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된다.

중국의 손익계산서도 나쁘지 않다. 중국은 NPT가 핵보유를 인정한 5대 핵강국의 일원으로서 북한의 핵보유로 인하여 ‘핵독점의 희석’이라는 국제정치적 손실을 입고 있으며, 북핵이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주변지역의 안정’을 해친다는 점에서도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러나 북핵은 중국과 전략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미일동맹을 견제하는 측면을 가진다. 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로부터 안보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북핵이 중국의 대미 지렛대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중국의 제재동참이나 대북역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북핵 사태와 함께 중국이 국제 핵외교 무대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손익계산서도 비관적이지 않다. 러시아는 6자회담의 당사국이면서 북핵 문제에 한발 빠져있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러시아도 북핵의 위험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핵실험 직전까지도 “북한의 핵보유 능력이 의심스럽다”라는 느긋한 입장을 표명했었다. 러시아도 핵독점을 공유하는 5대 핵강국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주변지역의 안정을 원한다는 점에서 북핵은 얼마간의 손실을 의미하지만, 북핵의 대미방패 역할은 러시아나 중국이 즐길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큰 손실은 입고 있다. 클린턴 정부 동안 미북간 접근이 있었으나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위해 파키스탄과의 비밀거래를 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던 기간 동안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추가적인 플루토늄 및 핵무기 생산에 들어갔다. 즉, 대화의 시도는 기만을 당했고, 대화의 단절은 북한에게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시간을 허용했다. 초강대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화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발목에 잡힌 상태에서 대북 무력행사가 불가능함을 알고 핵실험을 감행했다.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으므로 부시 대통령 재임 중 핵보유국의 지위를 점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한 측면 못지않게 북한이 미국을 요리한 측면도 많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핵비확산 체제에도 타격이 될 전망인데, 미국이 NPT 질서의 관리자라는 점에서 북한으로부터 정면도전을 받은 것이 된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에 매달려야 하는 미국의 처지는 대중 외교력의 손상을 의미한다. 미국은 일본, 대만 등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협박을 통해 중국에게 강력한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구할 수 있으나 동북아에서 비핵을 유지해야 한다는 큰 목표와 상충되기 때문에 미국의 입지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미국은 안보위협을 느낄 소지를 안고 있다. 핵무기가 제3의 세력에 이전된다면 곧바로 대미 테러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핵무기의 이전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세 차례에 걸쳐 금지선(Red Line)을 후퇴시킨 것도 유쾌한 사실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은 플루토늄이나 핵무기를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고, 이 금지선이 무너진 후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마저 무너지자 “핵무기를 이전하면 중대한 사태를 맞이할 것”이라는 세 번째의 금지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말썽을 부리지 않고 조용하게 핵을 보유한다면 핵보유를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북핵을 폐기하기 위한 미국 스스로의 압박조치들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이렇듯 북핵은 미국의 정책들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불리한 손익계산서를 받아든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 체면, 대북안보, 대미 관계, 대일 관계 등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가 체면의 손상이나 한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적지 않았으며, “북한의 핵게임은 협상용이므로 대북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도 무색해졌다. 대북 안보문제의 악화는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가 늘어나는데 비례하여 한국은 북핵의 인질상태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미국의 대한 핵우산이나 유사시 자동개입 약속은 그만큼 더 절실해졌지만, 포용정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미일과의 이견을 감암하면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이 오히려 희석되었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이 핵실험 사태를 놓고 “미국의 대북압박이 가져온 결과,” “포용정책이 불러온 화근” 등의 주장으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양쪽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이기 때문에 공연한 국론분열이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핵사태의 발단은 북한 체제에 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북한이 민주화를 받아들이고 인권을 중시하는 체제로 전환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할 필요도 없고 북한도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포용정책이 핵실험 사태를 불러왔다”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 북한의 핵개발이 포용정책보다 훨씬 더 이전에 시작된 것이기도 하지만, 핵개발의 주된 동기는 북한의 체제수호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포용정책이 북핵을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기여했을 개연성이 있다”라는 정도가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6국 중 가장 나쁜 손익계산서를 받아든 한국은 부질없는 내부논쟁을 신속히 정리하고 향후 대처방안을 수립하는데 국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입력날짜 : 2006-11-03 (02:06), 조회수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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