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악성 댓글을 함부로 올리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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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은 자유로운 정보의 소통과 표현의 자유의 폭넓은 보장이라는 순기능뿐 아니라, 최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익명성을 이용한 질 낮은 언어가 범람하는 등 역기능이 날로 더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법적 제한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 인용한 말은 한 판사가 재판을 하면서 밝힌 판결문 중의 일부이다. 내용만 보면 최근의 일인 것 같지만 아니다. 벌써 6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이나 언어폭력이나 얼마나 심했으면 그 당시에 이런 판결문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0년 5월29일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7단독 홍준표 판사는 우리나라 재판역사에 획을 긋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사이버공간이라고 할지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거나, 저속한 표현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한 네티즌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홍판사는 인기가수 박지윤의 팬클럽 회원인 함모씨(25)가 “안모씨(29)가 PC통신 공개게시판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자 “피고(안씨)는 원고(함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홍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게시한 ‘박지윤에게 환장한 사람’, ‘당신 같은 X파리 팬들’ ‘반미치광이 상태’ 등의 표현의 글은 자유로운 의견발표와 정보의 무한 교류를 이상으로 하는 PC통신에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포함하기는 버겁다”고 판시했다. 홍판사는 특히 “원고가 기획사로부터 돈 먹고 한마디씩 거드는 사람 같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게재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난이나 비방 등 사이버폭력에 대해 사법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강성명 판사는 며칠 뒤 사이버공간에서 타인을 비방한 박모씨(44 ‧ 여)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적용,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강판사는 “사이버공간에서 저질 언어와 욕설 등 언어폭력과 비방 등이 난무해 역기능이 적지 않은 만큼 일정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후에도 많은 재판에서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여전히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 ‧ 비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이버폭력이 가장 흔하게 자행되는 곳은 ‘댓글달기’에서이다. 네티즌들이 남의 글이나 언론기사에 댓글을 달다보면 종종 도가 지나쳐 악성 댓글(악플)이 되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악플을 의도적으로 달기도 하지만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재미삼아 악플을 단 것이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몇달전에 서울경찰청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탤런트 김태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대학생 등 네티즌 11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들은 “김씨가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는 기사를 보고 “모 재벌 2세와 신혼여행을 갔다”, “임신했다가 낙태했다”는 등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았다가 김씨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 한 가지 우스운(?) 것은 이들 중 1명만이 버스에서 여고생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댓글을 달았고, 나머지 10명은 모두 다른 댓글을 보고 자신도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악플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일을 저질렀음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잘했다. 이번 기회에 악성리플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 우리나라도 악플러를 뿌리 뽑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일을 퍼트릴 권리는 없다. 적절한 조치이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뒤 네티즌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악플을 근절하기 위해 보다 적절한 법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씨의 소속사 측은 이번 결과가 “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악성루머를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행위를 각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댓글올리기는 네티즌들이 매우 즐기는 ‘놀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댓글을 보아주고 거기에 덧글(댓글에 덧붙여 쓰는 글)을 달아줄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이나 근거 없는 루머를 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목적이 달성되면 더없는 쾌락을 느낀다. 이런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의 뉴스코너를 찾아가지만 뉴스 자체보다는 어떤 댓글이 올라왔느냐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는 뉴스가 아니라 댓글을 보러간다”고 말할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댓글올리기도 일종의 중독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제30조)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을 경우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61조)은 더 엄하다. 사이버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최고 징역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악플을 단다면 정말 배짱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경찰의 이번 조치는 “악플을 달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었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만하다. 앞으로 사법당국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올리기를 즐기는 네티즌들은 이제 댓글을 자칫 잘못 올렸다가는 큰코다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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