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탈북자는 우리 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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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황해도 [직업] 작가 *출생지 : 황해도 봉산군 (1923년 生) 동방문학회 회원-고황수필문학회 회원 내용 어제도 많은 탈북자들이 비행기로 고국을 찾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강 목수의 말이 생각났다. 함경도가 고향인 강 목수는 피난 나오기 전애, 자기 동네에서 있었던 일을 다음과 같이 말해줬다. 휴전 무렵에는 이북에 들어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1.4 후퇴 때 월남한 강 씨의 고향사람도, 그 무렵 자기 모친을 모시고 나오려고 월북하여 고향으로 갔다. 야음을 타고 비밀리에 자기집에 들어가서 모친과 해후하고 있는데 문앞에서 차소리가 났다. 당황한 모친은 아들을 벽장 속에 숨겼다. 이윽고 딸이 동거중인 군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딸은 여군 장교복을 입고 있었으며, 군인은 왕별짜리 장교였다. 딸이 문앞에 있는 남자 신발을 보자 웬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친이 당황하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챈 딸이 “누구냐 나오라” 고 고함을 질렀다. 이때 아들이 마지못해 벽장문을 열자 왕별짜리 장교가 권총을 들이댔다. 켵에 있던 여군이 떠나갈 듯 큰소리로, “저 반동놈의 새기, 내가 쏜다”고 하며 장교의 권총을 빼앗아 오빠를 겨눴는데, 다음 순간 번개같이 장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쓰러진 장교군복을 가족들이 벗긴 후 오빠에게 입혔다. 시체를 벽장 안에 버리고 짚차를 타고 국경까지 온 후, 차를 버리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월남했다고 했다. 이들은 죽음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이 같은 모험은 비록 여군네뿐이 아니라 상황의 차이만 있을 뿐, 탈북자라면 누구나가 다 목숨을 걸고 겪는 일이다. 어제 입국한 탈북자들도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이북을 탈출하여, 그립던 대한민국 품안에 안기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환하고 장해보였다. 그런데 오늘 TV에서 희안한 것을 봤다. 어느 탈북자가 정부에서 받은 정착금 전액을 사기당했다는 눈물의 호소였다. 그리고 4000만원 빚까지 떠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는 사기꾼만 있다는 것이다. 그가 울분을 토로할 때 나는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들은 탈북 전야까지도 공포분위기 때문에 고난을 같이 겪어온 친한 친구에게도 떠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빠져나온 기막힌 신세들이다. 그들을 이런 식으로 대해서야 되겠는가 싶었다. 제3국까지 밀려났다가 간신히 고국땅을 밟았을 때 그들의 환희는 충전했을 것이다. “이제 한번 살아보리라” 하는 희망도 컸을 것이며, 계획도 무궁했을 것이다. 그런 동포를 따스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실망을 시켜서야 되겠는가 싶었다. 6.25전쟁이라는 민족 대수난을 죽음으로 이겨내고 세운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런 일로 허물어진대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내 담임선생님이 일본에 갔을 때 그곳의 친구와 새벽 산책을 하며 겪었던 일화가 생각난다. 그 친구가 마주 오는 일본사람과 서로 인사하는 것을 보고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사람끼리 만났는데 반가운 일이 아니냐”고 오히려 의아해 하더라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그런 일본사람도 아닌 우리 동포요 형제가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들은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노릇이 아닐까. 도탄에 빠진 이북 동포들은 남한에 가야만 살 수 있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이 천국처럼 믿어온 조국이 사기꾼들의 소굴이라고 잘못 전해진다면 그들의 희망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로 구를 것이 아니겠는가. 귀순자들이 처음에는 대한민국에 적응이 안 되어 시름에 잠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소련유학중에 귀순했다는 어느 대학생은 고향을 그리던 나머지 독한 술만 마시다가 병들어 타개했다는 말도 들었다. 우리들이 무관심할수록 저들은 고향산천을 얼마나 그릴 것인가. 부드러운 눈으로 보살펴주고 따스한 손으로 어루만져 줄 때 애틋한 정이 오고 가지 않을는지. 동창회에 가면 “통일이 되어 모교 운동장에 가서,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통일의 기쁨을 노래하자”고 흔히들 다짐한다. 탈북한 저들도 그런 희망 속에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살펴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따스한 가슴을 열고 얼싸안아 준다면 그들도 고향이 따로 없다고 실감하며,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조국을 찾은 보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쾌재를 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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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감옥과 같은 북한에서 하늘이 도는지 땅이 도는지도 모르면서 노예와 같이 살고있는 북한민중의 인권도 급하지만 더욱더 시급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사람들은 북한감옥을 탈출하여 파도사나운 바다에 알몸으로 뛰어들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헤염쳐오고있는 중국과 3국의 탈북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