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친구로부터 남의 탈북동포에게 걸려온 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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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다시피 갸(김정일)는 이젠 안 되겠어, 부탁 하나 하자. 앞으로 통일이 되면 네가 내 보증 좀 서 달라.” ======================================================================================= 며칠 전 북한에 있을 때 막역하게 지내던 친구에게서 뜻밖에 연락이 왔다. 그는 현재 북한의 상층부에 있다. 그의 신변보호 차원으로 하여 더 이상 구체적인 신분을 밝히기는 어렵다. 필자도 이렇게 글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던 끝에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 글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식을 전한다. 전화기로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쁘다기 보다는 솔직한 소리로 소름이 확 끼쳤다. 왜냐면 그는 친구이기 전에 북한의 권력기관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이고 나는 북한식으로 말하면 ‘민족반역자’이기 때문이다. 내 신분자체를 아직 북한당국이 파악을 못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내 전화번호까지 알고 전화를 했다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더듬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첫 목소리는 “야, 너 ○○맞아? 정말 맞아? 나야, ○○. 송아지적 동무…" 였다. 나는 그 한 마디에 의심이고 뭐고 다 달아나 버렸다. “응? 어떻게 된 일이가? 내 전화번호는 어디서 알고?”, “흐흐, 내가 누구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거 몰라.” 이렇게 첫 시작부터 북한에서 하던 그대로를 하다 보니 그와 내가 적이 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모호해 졌다. 하긴 내가 친구와 적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김정일 독재 정치가 싫어서 왔을 뿐이지 고향과 친구들을 저버린 것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나눌수록 둘은 점점 격해졌다. 다시는 나를 못 만나는가 해서 많이 울었다는 것이다. “친구야, 통일이 언제 쯤 될 것 같애?” 그런데 그의 마지막 말, “친구야, 통일이 언제 쯤 될 것 같애?”, 나의 씁쓸한 대답 “글쎄, 이 나라에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나 그의 말은 “ 너도 알다시피 갸(김정일)는 이젠 안되겠어, 부탁하나 하자. 앞으로 통일이 되면 네가 내 보증 좀 서 달라.”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면서 김정일 정권의 멸망의 날도 멀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됐다. 그는 지금까지 백두산 줄기(부모들이 김일성과 함께 항일을 하면서 백두산에서 싸웠다는 데로부터 나온 말)라는 이유로 순풍에 돛단배처럼 승진만을 거듭해 40대에 권력기관의 요직에 올라앉아 호의호식만을 해왔다. 그러한 그의 입을 통해 통일을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확언하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북한의 권력층이 결코 김정일을 위해 충성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었다. 나는 그에게 “걱정마, 내가 너를 잘 알잖아, 너는 백성들에게 나쁜 짓은 안했지. 이제라도 백성들에게 잘해, 심판은 법에서도 하지만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야.”라고 대답했다. 아쉽지만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이 대화가 통일 후 남과 북의 상반되는 두 제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걱정거리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라가 분단이 되었다가 통일이 된 사례는 많고도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통일이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라고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도 해보았을 것이다. 과연 극과 극으로 살아온 두 제도가 하나로 될 때 피의 숙청이 없을 것인가…. 남북이 통일된 후 김정일 정권의 권력기관에 종사했다고 하여 다 숙청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 독재정권을 위해 앞장에서서 피눈이 되어 인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한 자들은 용서할 수 없지만 권력기관종사자라도 인민들의 원한이 없으면 포섭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게 할 때 독재자 김정일의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떼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죄는 지은대로 가고 덕은 쌓은 대로 간다고 했다. 독재자 김정일의 하수인들은 역사의 심판을 면하려거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김정일 독재정권의 노예로 살지 말고 인민의 편에 서야 할 것이다. 탈북자 유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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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시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