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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김대중·노무현 前·現 대통령 교황애도 메시지는 역사왜곡
미래한국신문독자 3 456 2005-04-09 09:55:53
이 글은 미래한국신문 http://www.futurekorea.co.kr 에 있는 것임.

김대중·노무현 前·現 대통령 교황애도 메시지는 역사왜곡


[시론]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시간으로 4월 3일 새벽에 선종(善終)하셨다. 그의 위대한 일생에 대해 여기서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일생마저 한국에서는 왜곡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황께서 돌아가신 후 몇 시간에 걸쳐 우리 나라 각계는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7년 동안의 재위기간 사랑과 용서, 화해에 입각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종교 및 이념간 화해와 인류화합을 위한 헌신적 노력을 통해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크게 기여하신 평화의 사도로서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요한 바오로 2세는 평화의 사도였고 인권의 수호자였으며 화해의 선구자였다”고 애도 성명을 냈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사랑’ ‘용서’ ‘화해’ ‘평화’ ‘인권’ 등 듣기 좋은 말은 다 들어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메시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종교인들이 그러하듯 요한 바오로 2세는 평화주의자이고 인권주의자이며 용서하고 화해했던 큰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평화와 인권을 지켰던 방식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사람이 내세우는 ‘평화와 화해’와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기의 조국 폴란드를 공산압제에서 해방시키고 이를 통해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체제를 도미노처럼 무너뜨려 20세기 말의 역사의 흐름을 바꾼 분이다. 1978년에 폴란드 출신의 카롤 보이티야 추기경이 아닌, 그렇고 그런 이태리의 어느 추기경이 교황이 되었다면 폴란드의 자유노조가 그 엄청난 피플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을까 ?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에 취임하자마자 바티칸 주변에서 맴돌던 관료적 인물들을 일거에 갈아치웠다. 그 전까지 소련과 동유럽에 대한 바티칸의 외교정책은 유화책(宥和策) 일변도였다. 바티칸은 소련과 동유럽의 가톨릭 교회가 탄압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처를 부탁하는 수준의 외교를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런 정책을 폐기했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를 실제로 경험했기에, 그것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사악한 존재임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는 공산체제의 멸망이 하느님의 뜻이며, 그 소명이 자기에게 맡겨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취임 9개월이 안 되어 조국 폴란드를 방문한 것은 원대한 구상의 첫걸음이었다.

폴란드 공산정권과 소련에 있어 요한 바오로 2세는 뜻밖의 복병이었다. 그가 교황으로 선출되자 소련 KGB의 두목이던 안드로포프(나중에 소련 최고회의 의장이 돼서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하도록 명령한 인물)는 깜짝 놀라서 KGB의 폴란드 주재원에게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보고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폴란드 주재원은 그건 바티칸에 물어 볼 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보통(通)이던 안드로포프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야기하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그 후 상황은 안드로포프가 우려했던 대로 진행되어갔다.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 앞에 폴란드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소련이 군사개입을 할 기미를 보이자 교황과 바웬사는 한 걸음 후퇴했지만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바웬사가 감금되자 교황은 폴란드를 다시 방문해서 그를 면회했다. 결국 공산정권은 백기를 들었고 자유선거가 실시돼 동구 공산체제가 붕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교황은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폴란드 자유노조에 대한 교황의 지원은 정신적인데 그친 것이 아니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교황은 바티칸 은행을 통해 바웬사에게 5,000만 달러를 전달했다 한다. 당시 바티칸 은행의 총재는 폴 카시미르 마르신쿠스 추기경이었는데 그는 교황을 충실히 보좌해서 ‘교황의 고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1980년대 그 격동의 시대에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었던 것도 어쩌면 하느님의 뜻일 것이다. 레이건은 교황에게 소련과 폴란드에 대한 고급정보를 전달했다. 레이건은 독실한 개신교인이었지만 당시 CIA 국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은 가톨릭신자였다. 폴란드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자유노조를 탄압하자 레이건 대통령은 폴란드를 경제봉쇄로 압박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폴란드 국민들은 곤란을 겪었고 이를 아는 교황도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고통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고 폴란드 국민들도 레이건이 자기들의 후원자임을 알고 있었다. 20세기 말 인류역사는 이렇게 해서 바뀐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 사정을 보기로 하자. 평화니 화해니 하면서 바로 지척인 북한에서 벌어지는 희대의 비극을 본체만체하고 막대한 돈을 북한정권에게 갖다 바쳐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너무나 잘 알 것이다. 평화는 결코 유화책으로 얻어지지 않음은 역사책을 조금만 읽으면 잘 알 터인데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화해, 화해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세력과 화해한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념간 화해’를 추구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공산주의 이념과 결코 화해하지 않았다. 그는 공산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그 체제를 유지했던 사람들을 용서했을 뿐이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는 역사를 왜곡한 것이다.

미래한국 2005-04-08 오전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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