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 당하는 北주민 생각에 ‘인권 변호사’ 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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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3월, 대학 캠퍼스에는 새 학기 ‘개강’이 찾아왔다. 16학번 새내기들은 부푼 설렘과 기대를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여느 새내기 대학생들과 같이 새 학기를 보내고 있을 ‘새내기 탈북 대학생’들은 과연 어떤 기대와 꿈을 품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까. 데일리NK는 국민통일방송과 공동기획한 <새 학기 특집: 청춘, 꿈을 향해 뛴다>에 출연한 새내기 탈북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18일 출연한 첫 번째 손님은 함경북도 청진 출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주일룡 씨(사진)다. 중앙광장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신나게 놀고 싶은 로망을 갖고 대학에 입학했다는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친구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면서 “밤을 새우면서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주 씨는 ‘북한인권 변호사’라는 꿈을 품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2009년 한국에 들어와 ‘인권’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됐다는 그는 “북한생활의 정반대가 바로 인권”이라면서 스스로 느낀 경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졸업 후 ‘인권’이라는 개념자체를 모르는 탈북민들의 인권을 되찾아주고 그들이 당당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이 통일됐을 때 북한에서 온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격차를 줄이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지금 학교에 입학한지 한 달이 돼가죠.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요? 새 학기라서 학교에 행사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북적거리기도 한데 그 속에 친구들의 설렘이 보여요. 저를 비롯해서 동기 친구들도 한창 들떠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활의 꽃인 ‘엠티’(MT·Membership Training)도 다녀왔다고요. 새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나요? 지난주에 2학년 선배들이랑 엠티를 다녀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또 새로운 친구들과 얘기도 많이 해서 친해진 것 같아요. -특별히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민족고대’라는 고려대의 애칭이 있는데, 이 말이 끌리기도 했어요. 또한 나중에 ‘북한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은데, 변호사가 되려면 법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각국에서 정치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도 해봐야 되잖아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수업 커리큘럼에는 비교정치, 국제정치, 북한정치 등을 배울 수 있더라고요. 졸업하면 본인이 갖고 있는 목표랑 한층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고 됐어요. 바로 여기 한 군데만 지원한 거죠. 떨어지면 재수를 해서라도 가야지 생각했는데 운 좋게 한 번에 붙었어요. -대학교 입학시험 준비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입시정보들이 충분치 않은 거였죠. 처음에는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다행히 아는 분들이 연결해주셔서 고려대를 다니고 있는 선배를 알게 됐어요. 덕분에 탈북민·재외국민 전형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어쨌든 그 선배가 많이 도와 주셨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 준비도 힘들었어요. 7월에 수시로 원서접수를 해서 여름방학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썼거든요.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선생님께 검사를 받았는데 한 14번은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거의 한 달 내내 자기소개서에만 매달렸던 기억이 나요. -대학생으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모든 분들의 로망이기도 하겠지만 저희 학교에는 중앙광장 잔디밭이 있는데요.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친구들이랑 거기 모여서 막걸리를 먹으면서 우정을 쌓고 싶어요. 그리고 또 대학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곳이잖아요. 선택한 수업들을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커요.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공부하고 싶은 욕심으로, 두근두근 떨리기도 해요. 미팅에 대한 환상과 설렘도 있지만, 지금은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어서 미팅에 참여하지는 않고 주변 친구들을 응원해주고 있어요. 또 요즘에는 동아리에도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LIBERTAS(리베르타스)’라는 동아리인데 고려대학교 남북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회에요. 또 운동도 좋아해서 과내에 있는 농구 동아리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학업을 따라가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영어 때문에 고생한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영어 수업이 참 어렵죠. 이번 학기에 듣는 수업 중에 「English only zone」이라고 해서 교수님도 영어로 강의하시고 학생들도 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수업을 듣는데요. 친구들은 원어민처럼 발음을 잘 하기도 하고 어휘력도 좋은 편인데, 본인은 말을 잘 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기 좀 어려워요. 다만 경청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직은 수업을 잘 듣고 있습니다(웃음). 그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공부하면서 이런 상황들을 잘 극복해왔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은 갖고 있습니다. -수강하고 있는 수업 중에 재밌는 과목은요? 지금은 전공수업보다 교양수업을 많이 듣고 있어요. 교양수업으로 철학 강의를 2개나 듣고 있는데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강의였는데 잘 신청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업을 듣고 나서 교수님이 제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실 때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변호사가 되거나, 다른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반드시 들어봐야 할 과목인 것 같아요. -‘북한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계기가 있나요? 가장 큰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인 것 같아요. 가족이 북한에서 오기도 했고, 부모님도 북한인권 관련 일을 하시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특히 아빠의 영향이 제일 컸죠. 아빠는 항상 한국에서 “우리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하면 안 된다. 북한에서 인권유린 당하고 있는 주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북한도 우리랑 같은 한민족이잖아요. 같은 민족이 반대편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모른 척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그리고 제가 한국에 왔을 때 ‘인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는데요. 저처럼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인권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본인에게 인권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인권침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잖아요. 그런걸 보면 탈북해서 오신 분들에게 인권에 대해 알려드리고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가장 큰 목표는 통일이 됐을 때 북한과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이 같은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인권’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북한생활의 정반대가 인권’인 것 같아요. 북한에는 이동의 자유, 말 할 수 있는 자유 등 자유가 전혀 없잖아요. 예를 들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을 들었는데 처음엔 신고해야 되나 생각했었어요. 좀 지나고 나서 그게 민주주의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북한에서는 김정일이라는 이름 석 자만 불러도 왜 존칭을 안 붙이냐고 끌려가서 사상교육을 받을 정도로 자유가 없거든요. 또한 당연히 일한만큼 먹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가족들이 전부 나와서 일해도 배급받을 때 보면 조금밖에 못 받거든요. 배급이 아예 안 나올 때도 있었고요. 김정은이 지금 멋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먹을 것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안타까워요. -한국에 있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저는 북한에서 살 때 공부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농사짓고 일하느라 학교에도 잘 나가지 않았거든요. 그 당시에는 공부를 잘해도 농사짓고, 못해도 농사짓는데 ‘굳이 공부를 잘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여기 한국에 와서 공부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북한에서처럼 ‘굳이 공부를 해야 되나’라는 생각만 가진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김혜진 인턴기자(한림대 사회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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