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고 출신 청년, 김일성대 아닌 서울대 입학 사연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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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수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에 입학한 ‘새내기 탈북 대학생’이 있다.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이 공동기획한 <새 학기 특집: 청춘, 꿈을 향해 뛴다>에 출연을 결심한 평양 출신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이진호(가명) 씨는 입학 후 며칠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과 점퍼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라는 첫 질문에, 이 씨는 얼굴을 붉혔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기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2월 말 오리엔테이션 때 학교에 가서 교가를 불렀는데, 그때 비로소 ‘아, 내가 서울대에 입학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이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녔다. 일종의 수재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약점이 있었다. ‘토대’, 즉 출신 성분이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북한의 최고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진학’이라는 꿈도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이 씨는 “토대가 안 좋아서 대학도 갈 수 없었고 군대도 갈 수 없었어요. 북한에서 제 미래가 걱정되셨던 어머니가 저를 한국으로 데리고 온 거죠”라고 회고했다. 이렇게 한국에 입국한 이 씨 앞에 탄탄대로의 삶이 펼쳐졌을까? 그는 한국 일반 고등학교 2학년에 입학 후 처음 받은 성적이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나름 좋은 성적을 유지했었지만, 한국에선 ‘꼴찌’와 맞먹는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어나 수학 등 기타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나, 혁명 활동을 잘한 학생만 외고를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북한의 교육과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 영어 빼고 나머지는 고1 수준도 안 됐거든요.” 하지만 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배움에 대한 자유’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부단한 노력과 함께 ‘탈북민 전형’이라는 주어진 기회를 통해 마침내 서울대 합격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탈북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편하게 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능력을 키운다면 본인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을 겁니다.” 한편, 학점관리, 영어공부, 운동, 여행 등 여느 대학생들처럼 대학에 와서 하고 싶은 게 많았다는 이 씨는 요즘 동기들과 우정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외국 대학원에 진학해 로봇을 연구하거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혜진 인턴기자(한림대 사회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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