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행진’ 진행중 대동강에 친구가 빠졌지만, 선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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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 폐막 다음날인 10일 저녁 약 1시간 30분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청년학생들의 대규모 ‘횃불행진’ 행사가 열렸다. 이 횃불행진은 보통 북한에서 큰 행사를 기념하는 의미로 종종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청년 3명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시(詩)를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광장주위에 ‘김일성·김정일’이라는 글귀가 횃불로 새겨졌고, 청년학생들이 횃불을 들고 주석단 앞을 지나며 행진했다. 이들은 망치·낫·붓을 상징하는 노동당 마크 또는 ‘병진노선’, ‘핵 강국’, ‘김정은’, ‘일심단결’, ‘자력자강’ 등의 구호를 횃불로 형상화한 채 ‘만세’라는 구호와 함께 행진했다. 탈북민들에 의하면, 이처럼 완벽한 횃불행진을 진행하기 위해선 최소 3~6개월 전부터 어두컴컴한 새벽에 나와 밤늦게까지 고된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실제 횃불을 들고 행사를 참여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당국은 대열을 흩트리면 안 된다는 이유로 견딜 것을 강요한다. 1990년대 당 창건기념일(10월10일) 당시 횃불행진에 참가했던 평양출신 탈북민 최성국 씨는 11일 데일리NK에 “큰 행사때 하는 횃불행진에는 수 만 명이 동원된다”면서 “주로 학생(중고생·대학생)들이 동원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최 씨는 “보통 3~6개월 정도 연습을 하는데, 처음에는 학교에서 훈련을 하다가 조금 지나면 김일성 광장에 가서 훈련을 한다”면서 “훈련은 대열동작(모두가 구령에 맞춰 하는 동작)을 통해 규율(기강)부터 잡고 그 다음 대형 맞추기(대열을 글자로 만드는 연습)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횃불행진에 참가했던 탈북민 김혁철(가명)씨는 “국가적으로 하는 행진은 규모가 크지만 지방에서 열리는 행진은 200~300명 규모로 진행된다”면서 “주로 교양마당이나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어 “훈련을 할 때 매일 고된 연습으로 항상 피곤했다”면서 “하지만 북한 당국은 웬만한 병이 아니면 계속 (연습을)시킨다. 병원에 입원을 해도 잠깐 뿐이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바로 연습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씨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대형 맞추기를 수 백 번씩 하고 어떤 박자에서 어떻게 돌아야 하는지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다”면서 “훈련을 하다가 잘 안되면 밤새도록 연습하고 토론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밤에 차가 끊기면 집까지 먼 거리를 걸어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당일 횃불행진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대기를 하고, 직접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과정에서는 화상(火傷)을 입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고 했다. 그렇지만 행사 도중엔 전혀 티를 낼 수는 없다고 한다. 최 씨는 “행사시간은 저녁이지만 지도자가 등장하는 시간에 제대로 맞춰야 된다면서 새벽부터 나와서 대동강 근처에서 대기를 하게 했다”면서 “빵 한 개 혹은 유엔과자를 지속적으로 먹으면서 기다렸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대기를 하다 피곤해서 발을 헛디뎠는지 옆에 있던 친구가 대동강에 빠져 죽었다. 하지만 입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생들도 빨리 들어가라고만 했다”면서 “그 후 학교에서는 (김정일1호 행사라는 이유로)누구의 책임이라고 탓할 수도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결국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큰 화재사고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촛농이 몸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면서 “화상을 입어도 다 같이 모여 크게 하는 연습이기 때문에 참고 그냥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씨도 “촛농이 옷에 떨어져 화상을 입어도 무리에서 빠져나와 병원에 가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청년학생들은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는 방법으로 빠질 수 있다고 한다. 김 씨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 행사를 주관하는데, 소속 간부들에게 돈을 주면 행진에서 빠지는 게 용인된다”고 말했다. 김혜진 인턴기자(한림대 사회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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