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北노동자, 탈북하다 잡혀 아킬레스건 잘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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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탈북했다가 붙잡힐 경우, 현지서 감시를 담당하는 북한 보위부원들에 의해 신체가 훼손되는 극악한 인권유린을 당한 뒤 강제 북송되는 것으로 데일리NK 취재 결과 밝혀졌다. 지난달 말 러시아 현지 북한 노동자들의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에 의하면, 탈북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시범겜(본보기) 차원에서 아킬레스건을 절단하거나 심지어는 강제로 눕혀 놓고 굴삭기로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무자비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강제 북송된 후에는 해당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등 이중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올초 러시아 연해주 인근 하바롭스크에서 한 노동자의 탈북 사건을 전한 현지 소식통은 “대형 굴삭기가 북한 출신 건설 노동자를 짓밟고 지나가 치료 불가 상태의 불구가 된 일이 있었다”면서 “해당 노동자는 근무지에서 이탈해 교회에 숨어 지내다 발각된 사람으로, 이들을 감시하는 보위부원들이 탈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범겜’ 차원에서 이 같이 악랄한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고 후 며칠이 지나 피해 노동자가 피골이 상접하고 다리를 붕대로 감은 채 어디론 가 실려 가던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즉 강제 북송된 것”이라면서 “이 사건이 특이한 게 아니라, 비슷하게 탈북을 시도하다 잡힌 북한 노동자들은 아킬레스건이 절단되거나 각목으로 심하게 구타를 당하는 방식으로 늘 처벌 받아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가끔 직장에서 이탈해 도망가려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데, 도망가다가 어디 정착하기 어려우니 떠돌아다니게 되지 않나. 그러다가 붙잡히면 심한 경우 다리를 분질러버린다”면서 “더는 도망 못 가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는 러시아 땅이니 북한 보위부원들이 와서 수갑을 채울 권한이 없지 않나. 그러니 아예 다리를 분질러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현지 소식통도 “러시아 노동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건설 현장을 이동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라고 해서 탈북을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는 처벌을 받는다’는 엄포를 놓기 위해 이 같은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강제 북송 된 후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설령 탈북을 시도하는 게 아니더라도 계속되는 임금 체불이나 열악한 처우에 항의라도 하게 되면 즉시 북송돼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다”면서 “최근에는 근로 환경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들을 조용히 불러다가 ‘휴가를 보내주겠다’고 속여 북송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수리스크 지역의 한 건설 관계자는 “러시아 땅에서만큼은 북한 당국이 자국민이라 할지라도 쉽게 수갑을 채우지 못하도록 하려던 게 러시아 정부의 의도였지만, 북한은 아예 상상을 초월한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자국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뿐만 아니라 작업장마다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 노동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구류장과 같은 격리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과 여러 차례 접촉해온 현지 선교사는 “노동자들의 이탈이나 반발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삼엄한 감시뿐만 아니라 구타 등 신체적인 폭력이 가해지기도 한다”면서 “불만을 보이는 노동자들을 구류장에 가두고 이들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자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인권’이란 개념조차 아예 없는 상태”라면서 “타지에 와 당 자금만 죽기 살기로 만드는 존재들일 뿐, 여기서 북한 노동자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탈북 시도를 하지 않는 노동자라고 해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몸 건사조차 힘들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지적이다. 노동 강도가 높고 위험 요소가 많은 건설 현장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치료 비용을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치료를 위해 작업을 잠시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도 되레 일 하지 못하는 일수만큼 벌금이 부과되거나 월급이 삭감되는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 매달 당에 내야 할 상납금(계획금)을 모아야 하는 북한 노동자들로서는 치료를 미루며 상처가 썩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서 북한 노동자들과의 접촉이 잦은 한 한국인 사업가는 “북한 노동자들끼리 ‘그래도 여기서 일하다 죽으면 1000달러는 (가족들에게) 보내주겠지’라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본인의 목숨 값이 1000달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가에 따르면, 몇 해 전 건설 공사장에서 한 북한 노동자가 추락사 한 일이 있었는데 이후 해당 노동자를 관리하던 기업소에선 다른 노동자들로부터 각각 10달러씩 걷어 2000달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중 1000달러는 장례비용으로, 나머지 1000달러는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들에게 송금됐다. 이와 관련 이 사업가는 “이 비용을 마련할 때도 지배인을 포함한 관리자들은 한 푼도 보태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사망한 노동자가 공사 현장에서 추락할 당시 지배인이 공사 과정을 총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직후 해당 지배인은 다른 노동자들을 불러 ‘나는 오늘 여기 없었던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데일리NK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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