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老兵, 광복절 공화국기 걸며 눈물 쏟은 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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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지 71돌이 되는 날이었다. 아파트 창가마다 나부끼는 태극기의 숭엄함이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울리며 이채로움을 더했다. 광복절 태극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모습에서 나라 사랑이 묻어난다. “태극기를 바라보면 애국심이 꿈틀거려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각하게 된다”는 옆집 어르신 이야기를 들으니 기자가 살아 온 북한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북한) 공화국 깃발을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왜 묻나요? 공화국 영웅들도 관심 없는데, 주민들은 말해 무얼 하겠어요.” 2010년 고향을 떠난 탈북 대학생의 말이다. 그는 30년 동안 북한에서 살면서 공화국 깃발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국기에 대한 남북 주민들의 인식 격차에서 애국심의 무게가 느껴진다. “7·27(정전협정체결일, 북한에선 전승절이라고 주장)이나 8·15명절이면 동네에서 공화국 깃발을 지붕에 꽂는 집이 있었어요. 낙동강 전투까지 나갔던 노병(老兵)이였죠. 노병은 조국을 위해 피를 흘렸지만, 말년이 이렇게 궁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어요. 아내가 굶어죽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깃발을 걸면서도 나라(북한)에 대에서는 극도로 분노했어요.” 지난해 탈북한 평안남도 출신 이병호(가명) 씨의 전언이다. 남한에서 국가개념은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이다. 국민, 영토, 주권의 3요소를 필요로 한다”고 되어있다. 반면 북한은 “국가는 독재기능을 수행하는 권력기관입니다”고 명시했다.(김일성저작집 21권 369p) 독재국가로 전락한 북한은 주민들을 체제 유지 수단과 도구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여실이 드러난다. 왜 민심이 공화국기를 외면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 공화국 깃발을 달지 않으면 출항을 못한다. 국적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깃발을 사려고 시장에 나갔지만 없었다. ‘고양이 뿔’ 빼고는 다 판다는 종합시장에 깃발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깃발에 관심 있는 주민이 없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고 후에 생각했다. 할 수 없이 철판에 뺑끼(페인트)칠해서 국기모양 만들어 먼 바다에 나갔다.” 함경북도 바다 선장으로 일하다 2011년 탈북한 김현철씨(가명)는 이렇게 소회했다. “북한에서 내가 본 공화국 기는 국민 존엄과 국가를 대표하는 의미보다 김일성 상징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국가 기념일이나 광복절에 깃발을 집에 꽂는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수령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사상 교육이 오히려 국기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국민들이나 간부들이 태극기 앞에서 경건하게 손을 심장에 얹는 것이었다. 북한처럼 사상 교육을 받지 않았을 텐데 나라 사랑은 어떻게 생겼을까. 민주사회가 생각하는 광복절의 의미, 태극기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 광복절 71돌을 맞으며 평안북도에서 탈북한 최철(가명) 씨가 전하는 조국과 태극기 사랑에 대한 평가는 기자의 심금을 울렸다. “태극기는 꿈을 크게 가지도록 무한한 힘을 주는 큰 산으로 다가온다”는 남한 대학생의 말도 기자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북한 주민들도 하루빨리 진정으로 국기를 사랑하는 광복절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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