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사상 집착 北, 구르미 같은 판타지 사극 품을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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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인물이나 에피소드를 첨가하기도 하고, 소품을 통해 과거 생활상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등 다양한 스토리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퓨전·팩션·정통이라는 다양한 콘셉트 변화로 매력적인 드라마 장르로 꼽힌다. 최근에는 판타지(Fantasy)를 결합한 사극도 인기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환생과 타임슬립(Time Slip·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이끌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북한의 사극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자체적으로 만든 사극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하긴 하지만, 그 수는 확실히 적은 편이다. 북한의 TV드라마나 영화는 보통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나 체제선전 내용을 담는다는 점에서, 역사적 인물에 초점을 맞춘 사극은 설 자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북한 사극은 맨 처음에 ‘그 누구도 몰랐던 사람의 업적을 위대한 장군님이 발굴, 이를 널리 알리라는 지시·방침에 따라 모든 인민들의 교양을 위해 제작했다’는 자막을 보여준다.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강조하지만 북한에서 사극이라는 장르는 유일하게 김일성·김정일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떨어지곤 한다. 탈북민들은 과거엔 TV에서 사극을 종종 시청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북한이 2000년대 초반에는 ‘민족제일주의’와 ‘역사적 정통성’의 강조를 위해 사극이 제작·방영됐었지만, 김정은 시대엔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더 강조하면서 다른 인물을 다룬 사극의 수는 적어지는 추세라는 것. 탈북민 강경애(가명) 씨는 11일 데일리NK에 “김일성·김정일 시대 중에서도 주민들이 그나마 밥 먹고 살았을 때나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역사극을 꽤 방영해줬었다”면서 “그러나 식량난이 극심하던 90년대 후반이나 김정은 시대를 맞은 지금은 이전만큼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극은 주민들에게 인기다. 지겹게 선전하는 왕(최고지도자)의 삶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의 우수성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 색채가 짙은 뻔한 내용의 드라마와 영화는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지 오래다. 또한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사극 드라마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탈북민 이영일(가명) 씨는 “‘임진왜란’은 이순신 장군의 삶과 함께 해전(海戰)의 모습을 통해 우리 인민들은 예로부터 정의감과 애국심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민중이 봉기해 탐관오리를 처단하는 ‘임꺽정’이나 ‘홍길동’ 등의 작품도 예전엔 선풍적 인기를 끌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씨는 “또한 2007년에 한국 KBS와 북한 조선중앙TV가 합작해 만든 ‘사육신’이라는 드라마는 북한 사극 최초로 조선왕조역사를 내세워 제작·방송함으로써, 이후 북한의 드라마와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박경철(가명) 씨는 “연신 진지한 모습만 보여주던 북한판 홍길동과 달리, 춤도 추고 말도 재밌게 타는 한국판 홍길동을 더 즐겨봤었다”면서 “한국의 사극은 북한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해서 (북한 주민들이) 흥미를 갖고 많이 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에서 방영된 사극 드라마와 영화는 ‘하랑과 진장군’, ‘보심록’, ‘임진왜란’, ‘김정호’, ‘림꺽정’, 최근 개봉한 영화 ‘연인과 독재자’의 주인공으로, 북한에 납치됐던 신상옥 감독의 ‘의적 홍길동’, ‘사랑사랑 내 사랑’(춘향전)과 최초의 남북합작드라마 ‘사육신’, 김정일의 특별지시로 제작된 ‘계월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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