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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ICBM 카드 들고 트럼프에 노골적 ‘대화’ 제의”
데일리NK 2017-01-02 11:41:24 원문보기 관리자 443 2017-01-23 22:37:40

지난해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고립을 자처했던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선 “자주, 평화, 친선의 대외정책이념에 충실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외관계 개선의 뜻을 피력하고 나섰다. 미국 새 행정부의 등장에 맞춰 북미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고 강화된 제재 국면 속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은 조선민족의 통일의지를 똑바로 보고 남조선(한국)의 반통일세력을 동족대결과 전쟁에로 부추기는 민족이간술책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철회하라는 입장을 강경히 내세우고는 있지만, 지난해 신년사처럼 ‘반공화국 인권 모략소동에 미쳐날뛰었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대미전략을 조율 중일 것이라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지속 밝혀왔고 미국 조야에서도 북미 대화론이 제기되자, 김정은도 위장 대화공세를 통해 핵협상 또는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해 대화의 뜻을 피력하는 게 보였다. 미국에게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말은 했지만, 과거와 같이 강도 높은 비난은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북한으로서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들고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극적인 말은 피하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도 “김정은은 이제까지 정치나 군사 등 내치를 안정적으로 끌고 왔다고 자평하면서 앞으로는 대외 혹은 대남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면서 “다만 미국과 남한의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지속 핵능력 고도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강경하게 나온다면 북한 역시 6차 핵실험 내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김정은은 신년사 후반부에 대외관계 개선의 뜻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전년도 성과를 평가하는 앞부분에선 “핵탄두실험 성공” “대륙간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 준비 마감 단계” 등을 주장하며 핵무력 과시를 빼놓지 않았다. 신년사마다 연례적으로 평화공세를 해온 김정은이지만, 올해는 트럼프를 상대로 ICBM 카드까지 꺼내 보다 노골적인 ‘조건부’ 대화 국면을 유도하고 나선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정은의 대화국면 유도는) 충분히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핵·미사일 능력이 완성 단계에 있으니, 마무리만 하고 대외관계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김정은의 시도를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핵무력 완성도를 높이고 나니 대화공세로 분위기를 전환해보겠다는 의도가 훨씬 명확히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한국에 대해서도 현 정권이 아닌 이르면 조기 대선으로 등장할 수 있는 새 정권을 겨냥,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은 민족공동의 위업인 조국통일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원칙에서 연대연합하고 단결해야 하며 전민족적범위에서 통일운동을 활성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강경책을 구사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국면을 맞자, 새로 들어설 정권을 향해 미리 대북유화책을 쓸 시 도발 대신 화해 무드로 전환할 것을 예고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신년사에선 최초로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난한 건 이제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면서 “그간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한 실명 비난은 있었지만 신년사에서 남한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정치 상황을 활용해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도 “북한이 우리 대선에 있어서 진보 정권의 출범을 상당히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새 정권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오면 자신들도 이에 충분히 호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에도 ‘핵개발’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신년사 이후 5일 만에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올해도 북한이 화전양면술을 구사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신년사 앞부분에서 전년도 핵실험 성공을 과시하고 ICBM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자신했다.

오 연구위원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정은은 암묵적으로 핵개발 의지와 핵보유국 지위 획득 의지를 신년사에 깔아 놓고 있다”면서 “강한 표현을 자제했을 뿐이지 2016년 핵 준비성과에 대한 언급까지 했으므로 언제든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수석연구위원도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핵실험 언급이 없어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기대가 쏠렸지만, 신년사 이후 5일 만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았나”라면서 “북한은 항상 연초에 통일전선 차원에서 평화공세를 펼쳐왔다. 북한의 핵실험 구상은 신년사와 사실상 별개라고 봐도 될 정도였고, 그만큼 당장 1월 안에라도 추가 핵실험이나 유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가영 기자·배민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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