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컴퓨터 구입비용 학생에 전가…“겨울방학 동안 벌어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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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교육 정보화·현대화 방침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전산 설비 구축에 일부 학교에서는 ‘겨울 방학동안 컴퓨터 구매비용 마련’을 방학 과제로 부여하는 등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인계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비롯한 회령시 내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방학과제로 ‘콤퓨터(컴퓨터) 구매비용 장만과제’를 줬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학교 측에서 다른 방학과제보다 콤퓨터 구매비용 마련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 물가로 볼 때 학생들은 1인당 중국 돈으로 50~100위안(元)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50~100위안은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6~12만 원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장사 등을 통해 13~26kg의 쌀을 살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당국은 오래전부터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여하면서 외화벌이를 강요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등장한 ‘꼬마 계획’은 사회주의 국가건설 번영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파철(破鐵), 토끼가죽 상납을 강요하는 외화벌이 운동을 의미한다. 물론 방학기간 수행해야 하는 과제는 지역·상황별로 차이가 있다. 해당 학교가 역점을 두는 ‘과업’, 또는 그 지역의 특성(해당 지역 특산품 채취 등을 방학 과제로 내준 경우도 있다고 한다)에 맞게 학생들은 방학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인계 고급중학교 학생들처럼 ‘정보화 기기 구매 비용’ 명목의 자금 마련이 방학과제 항목으로 추가되는 추세라는 것. 이에 따라 학생들은 ‘정성사업’이라 불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나 동상 주변을 청소하는 한편 부담스러운 방학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김정일 때도 그런 말이 있긴 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새 세기의 교육혁명’ ‘교육의 질을 높인다’ 등의 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면서 “일선의 학교들도 영향을 받아 ‘원수님(김정은) 지시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서로 ‘콤퓨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급중학교 자체적으로 ‘교육의 정보화·현대화를 통한 인재를 양성하라’는 당의 지시를 관철시킬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을 닦달하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소식통은 “교원들이 원수님 지시사항을 관철시킨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한몫 챙기겠다는 속셈도 있다”면서 “교원들도 요즘 살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방학과제로 ‘1년 농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장 비싼(최신) ‘컴퓨터’를 구매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최고가’ 기준 구매비용 마련을 지시해놓고, 실제로는 중고품이나 질이 떨어지는 컴퓨터를 구매한 뒤 그 차액을 착복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교원들 입장에서 ‘콤퓨터 마련 과제’는 “원수님의 지시사항도 실천하고, 돈도 벌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런 꿍꿍이속에 방학과제의 부담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로 전가된다. 소식통은 ‘가정 형편’에 따라 아이들의 방학 풍경도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소식통은 “농촌 지역 소재 대부분의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아침이면 산으로 나무하러 가거나 또는 부모들을 따라 장마당으로 가는 등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여유 있는 일부 아이들은 집에서 편하게 공부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결국 ‘자금 마련’에 대한 최종적인 부담은 학생의 부모가 지게 되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방학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급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사상 투쟁’과 ‘언제까지 자금 마련을 완료하겠다는 충성 서약’도 해야 한다. 학급 내에서 ‘따돌림’은 물론이고, 각종 불이익까지 받는 등 방학 과제 미(未)수행은 원활한 학교생활도 담보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자식이 망신당하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부모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고급중학교 방학 과제가 ‘컴퓨터 구매 비용 장만’인 것처럼 북한 전역에서는 컴퓨터를 비롯해 노트북 구매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초반부터 이런 흐름이 있긴 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그 추세가 더욱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내 무역업자 역시 최근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개인 무역업자, 신의주 혹은 나진을 통해서 들여보내는 등 북한으로 노트콤(노트북)을 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면서 “중국산을 포함해 한국산 등 다양한 제품, 또 다양한 가격대의 물건을 들여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 내 ‘노트북’ 확산 추세와 관련해서는 “고급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학생들의 ‘승부내기(경쟁심)’와 관련되어 있다”면서 “주변에 고가의 노트콤을 가진 친구를 보면 자기도 좋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채환 기자·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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