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6년차 김정은, 우상화에 ‘기록영화’ 적극활용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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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한 당국은 작년 10월부터 기록영화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를 각종 대회에 연속 방영하며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군부대 시찰 및 식료품 공장 시찰, 수산사업소 방문, 200일 전투, 미사일 발사 등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 기록영화는 지난해 10월 22일 조선직업총동맹 제7차대회 때 처음 공개(노동신문 23일 보도)됐다. 이후 조선민주녀성동맹 제6차대회(지난해 11월 14일),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제8차대회(지난해 12월 5일), 제1차 전당초급당위원장대회 개회식(지난해 12월 22일) 등 북한 내 굵직한 정치행사에서 연속 방영됐다. 김정은이 전당·전군·전민을 이끌어 짧은 기간 동안 정치, 군사, 경제, 문화를 비롯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해 변혁을 일으켰다고 묘사하고 있는 이 기록영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상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 올해 김정은이 기록영화를 통해 우상화 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예술영화보다 기록영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 선전(우상화)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효과 면에서) 인민성, 통속성이 떨어지는 예술영화보다는 기록영화가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많이 제작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기록영화는 기존에 나왔던 것보다 전반적으로 세련된 느낌으로,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각종 대회 전이나 무언가 선전에 필요할 때 주민을 대상으로 방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시대 기록 영화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완 차이점이 분명하다. 기록영화를 통한 체제안정·우상화 도모라는 목적은 일맥상통하지만 기록영화 촬영상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선대(先代)와 차이점을 두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김 겸임교수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필 샷’(profile shot), ‘빽샷’(backshot)은 있을 수 없었다”면서 “김정은 시대 와서 부감(위에서 찍기, high angle)으로 찍기, 옆모습을 찍기, 김정은을 따라하는 팔로우 샷(follow shot) 등 예전에 상상할 수 없던 기법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교육적 측면(사상교육)을 고려, 영화·소설 등 예술 부문에서 김씨 일가의 영웅·신화적 모습 혹은 위대한 업적을 선전하는 내용물을 제작해왔는데 이 기록영화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확인된다. 기록영화는 여성 방송원(아나운서)의 목소리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위대한 수령님들의 유훈을 생명으로 삼아 한 치의 틀림없이 무조건 끝까지 관철해나갔다”면서 “위대한 수령님들의 위업과 불멸의 혁명업적을 (김정은이) 대를 이어 옹호 보수해 빛내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여성 방송원은 과거 김 씨 일가의 업적과 김정은의 세습을 정당화시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이 기록영화에는 부인 리설주와 동행한 김정은이 한 가정에 아리랑 LCD TV 등 고가의 생활·가전용품 등을 선물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는 북한이 잘못에 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상한다는 기존의 통치 방식을 드러내는 장면으로써, ‘선물 증여’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켰던 김일성·김정일의 통치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김 씨 일가에 충성하면 보상을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기록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김정은의 세습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선대의 향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장면도 담겼다. 기록영화 중간 중간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현지지도 모습을 삽입, 이에 대해 열렬히 환호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소개한다.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뒤를 이어 ‘혁명의 길’ ‘인민을 위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대(代)를 이은 충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북한 당국의 의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김씨 일가의 사진이 한 곳에 보관된 장소를 부각시키며, 끝으로 “온 사회의 김일성, 김정일 주의화!”와 “김정은”의 이름이 새겨진 ‘카드섹션’으로 마무리된다. 이를 두고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도 김일성을 등에 업고 소위 백두혈통 강조하며 정당성을 확립했다”면서 “홀로서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내세울 것 없는 김정은 역시 김 씨 일가의 혈통을 내세우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20세기 북한예술문화사전’(북한대학원대학교 제작, 북한 예술문화에 대한 개념·이론 등 정보를 갖춘 인터넷 사전)은 기록영화를 자연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실, 현상들을 실재한 모습 그대로 찍어 보여주는 영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에 의해 독점적으로 제작된 기록영화가 주민들에게 ‘수령의 업적을 기록, 선전’하는 사상교육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당국 역시 이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북한 당국은 “유일체제 확립기 기록영화가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투쟁을 현장에서 지도하는 모습과 업적을 수록하는 데 큰 성과를 기록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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