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정착 초기 ‘최 쌤’이라는 호칭에 모욕감 느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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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 출출했던 탈북민 김경남(가명·39) 씨는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24시’라는 간판에 바로 가게로 들어섰다. 그곳은 24시간 영업 국밥집. 국밥 한 그릇은 김 씨의 뱃속을 든든하게 해줬다. 식사를 마친 그는 국밥집 사장님에게 “여기 물 좀 갖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물은 셀프(self)입니다”였다. 김 씨는 습관적으로 “네”라고 대답했지만 곧이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20분을 기다려도 물을 가져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내가 북한에서 와서 그런 건가” “셀프가 뭐지” 등 소리 없는 질문만 머릿속에 되뇌었다. 그는 정당하게 돈을 내고 국밥을 먹었지만 왠지 북한 출신 때문에 차별 당한 것 같은 기분을 씻어버릴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때는 한국사회를 삐뚤게 봤었다고 김 씨는 털어놨다. 올해로 정착 5년차가 된 김 씨. 이제는 오해가 풀렸다고 한다. 이제는 물을 직접 떠다 마시게 된 것이다. 김 씨는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셀프라는 뜻을 모르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면 될 일인데 그 당시는 생각을 못했었다”면서 “북한에서는 외국어·외래어를 잘 쓰지 않다보니 정착 초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회상했다. 높은말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탈북민 최영화 씨(가명·42)는 한국에서 “식사하세요” “이것 좀 해주시겠어요” 등의 친절한 말씨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에 살았을 당시엔 이런 친절한 말씨는 오로지 ‘수령님’한테만 써왔다는 것. 또한 북한에서 ‘선생님’은 ‘교원(교사)’를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높임말로도 자주 쓰인다. 그는 주변에서 “최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때문에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매사 존댓말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됐다. 존댓말 강박에 시달린 탓일까. 그는 한국에서 지인이 “식사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네 식사 하셨습니다”고 답변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자주 겪곤 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 씨는 “최 선생님”에서 “최 쌤”이라고 부를 땐 더 당황스럽다고 했다. 사실 한국에서 ‘쌤’은 존대와 친근함이 결합된 존칭이지만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만약 교사를 ‘쌤’이라고 한다면 그건 ‘최대의 모욕’ ‘배척’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정착초기 줄임말이나 신조어로 인한 오해도 빈번히 발생한다. 탈북민 박경애(가명·41) 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헐’이라는 단어를 듣고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쓰는 것 같았고, 나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착한 지 몇 년이 지났고 어린 아들과 같이 살다보니 많이 달라지고 이해하게 됐다”면서 이제는 ‘맛점(맛있는 점심식사)’ ‘파이팅’이라는 단어도 쓴다”고 했다. 또한 박 씨는 “한국에는 길거리만 간판만 봐도 외국어·외래어가 많다. 이에 대한 상식이 없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잘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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