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혈안 北…“벌건 대낮에 압록강서 밀수 강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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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북한 경제는 이제 중국을 떠나서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원자재와 시장서 거래되는 각종 물품조차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유입이 되는 것이고, 중국과의 경제 교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외화 보유량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외화벌이 사업이 중국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핵미사일 집착이 결국 외화벌이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북중 무역은 김정은 체제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자연스럽게 나온 방법이 바로 밀수입니다. 밀수는 함경북도 국경지대에서도 진행되고 있지만 평안북도 압록강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 : 최근 평안북도 압록강 지역에서 갈잎 밀수가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10대 어린 아이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 전하지 않았습니까? 평안북도에서 이렇게 밀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 평북도 국경은 압록강 하류에 위치합니다. 압록강 하류는 수심이 깊고 서해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에 큰 배, 작은 배 모두 운행할 수 있고 자동차 밀수까지 진행되는 유명한 곳입니다. 또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동(丹東)과 북한 신의주가 마주하고 있다는 것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단동과 신의주 교두는 일제 시기 북중 교역을 목적으로 개설된 곳입니다. 그런 만큼 무역과 밀수의 역사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 당국의 조치도 더해집니다. 1990년대 경제난에 대처해서 무역을 대폭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신의주는 무역도 발전했고 밀수도 성행하게 된 겁니다. 때문에 지금처럼 무역이 경색되면 이런 경험이 본격 발휘되고, 외화벌이가 급하면 급할수록 밀수는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진행 : 북한에서 어떤 주민들이 밀수에 참여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인데요. 공식 무역과 비교해서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일단 무역은 양국 간 약속된 공식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통관절차를 거쳐야 하고 관세를 반드시 내야 하는 겁니다. 때문에 당국이 발행한 와크(무역허가권)를 소유한 공식 회사, 혹은 와크를 임대한 회사만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 밀수는 관세를 내지 않습니다. 비법(불법)적인 경제활동으로써,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평범한 여성주부도 밀수로 돈벌이를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겁니다. 국경경비대를 끼고 고무튜브나 배를 타는 등 단순한 절차로 중국 상인과 거래할 수도 있거든요. 규모만 조금 다를 뿐입니다. 무역회사는 한 번에 몇 백 톤의 물류가 오가고 있지만, 일반 상인들의 경우는 수백 키로(kg) 정도입니다. 그러나 밀수는 규제와 통제를 받지 않는 불법적인 거래의 연속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위험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계층에 관여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외화벌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 : 흥미롭네요. 장기적으로는 위험이 따른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밀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만 진행하는 것인가요? 기자 : 밀수를 말씀 드리기 전에 무역을 먼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무역 거래는 세관 출퇴근 시간인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면 끝납니다. 가끔 단동-신의주 압록강철교로 북한 트럭들이 밤 9시까지 운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무역트럭들도 엄연히 물류창고에서 물류검사를, 세관에서 통관절차를 5시 이전에 마친 후입니다. 수백 대의 트럭들이 단동에서 신의주로 나가는데, 압록강철교 규모가 제한돼 있어 시간이 지연되는 겁니다. 그러나 밀수는 낮과 밤이 따로 없습니다. 24시간 지속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는 낮에도 밀수가 성행합니다. 이와 관련 며칠 전 통화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엔 북한 밀수배가 대낮에 중국 단동으로 직접 오고 있다”며 “밀수도 일종의 거래이기 때문에 먼저 물품을 사라고 오는 경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 텐데, (북한 외화벌이가) 바쁘긴 바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무역회사든 일반 상인이든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밀수품목을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예전엔 중국이 북한 대방에게 거래품목을 부탁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 : 벌건 대낮에도 밀수가 진행된다니 놀랍습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기자 : 며칠 전이었습니다. 중국 단동 압록강으로 북한 밀수 배가 들어온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취재를 통해 알아보니, 건데(곤쟁이) 젓갈과 수산물 등이 실려 있었습니다. 아마 압록강 하류에서 작업을 해서 중국에 팔아 외화를 버는 회사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 선박엔 7, 8명 정도 타고 있었고 앳된 20대 처녀도 있었습니다. 배에 선 채로 20키로 통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중국 대방에게 넘기는 모습이 당차보이기도 했지만 한쪽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한국에서 20대 아가씨라면 예쁘게 꾸미고 대학공부를 할 나이인데 말이죠. ‘사회를 잘못 만나다 보니 밀수 일선에서 삶을 꾸릴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돈주(신흥부유층) 아가씨로 인기는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북제재로 중국당국의 통제가 심한 시기에 밀수를 대낮에 한다는 자체가 놀랍겠지만, 단동시엔 오래전부터 북한과의 밀수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거죠. 진행 : 최근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동참해서 북한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밀수는 통제하지 못한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 중국 단동세관에서는 북한 수출입물품을 제한하고 규제하기 때문에 북한 무역회사들이 난관에 봉착한 건 사실입니다. 특히 며칠 전부터 중국 측에서 압록강 어선 출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밤에 밀수하는 배는 당연히 통제했지만, 낮에도 어선출입을 차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중국) 중앙 간부가 현재 단동시에 내려와서 경비가 심한 것 같다는 소문이 돌지만, 내막은 잘 모르겠다”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어선 작업까지 강력히 통제하기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큰 배든 작은 배든 압록강에 나가는 배는 즉시 단속돼 벌금을 물리니 강엔 일주일 째 중국 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되자 바빠 맞은 북한 선박이 직접 대낮에 중국으로 나와 수산물 등 밀수품을 넘기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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