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전전 하루벌이 만족하기도…방황 끝 이룬 창업의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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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지원인쇄출판사’를 창업한 이인호 대표.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그는 2010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여러 회사를 거치며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는 그는 2년째 안정적으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원인쇄출판사’는 지난해 통일부가 지정하는 ‘통일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통일형 예비 사회적 기업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는 모범적 기업을 대상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창업 이후 밤낮없이 뛰었던 그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정부기관, NGO 단체, 연구원 등 다양한 업체들과 거래를 맺을 수 었었다. 탈북민 출신의 대표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기술 면에서도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뒤떨어질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일을 맡으면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처리했기 때문에 한번 거래했던 업체들이 다시 이 대표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창업 1년 만인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 1억을 달성했다. 이 대표는 탈북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더 창출하기 위해 규모를 좀 더 키우는 것이 올해 소망이라고 했다. 많은 탈북민들이 구직에 허덕이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덕분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실향민인 충무로의 한 인쇄 출판소 사장님을 만나 1년 동안 제본하는 법, 코팅하는 법 등 인쇄 실무를 배울 수 있었다. 실수를 할 때마다 충무로 사장님께 많은 욕도 많이 먹었다. “너 이렇게 게을러가지고 정착 못해. 왜 사람이 집중을 안 해. 오늘 내일 좋게 살면 노숙자 되는 거야.” 1년 정도는 기분이 나빴지만, 3년째에 접어드니 웃어넘기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너는 아무리 봐도 사업가다. 3년간 모든 것을 뒷받침해줄 테니 열심히 배워”라며 창업을 권유했다. 겁도 났지만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내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충무로 사장님과는 지금까지도 인연을 유지하며 조언을 받고 있다. 찬물에 라면 먹으며 눈물 흘린 한국 사회에서의 첫날 밤 이 대표는 한국 사회에 나온 이후 처음으로 집을 배정받은 날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물 마실 컵은 물론 밥해 먹을 살림살이 하나 없었다. 하나원에서 가스레인지를 제공받았지만 설치를 해야 밥도 해 먹을 수 있을 터. 게다가 정착금 300만 원 중 250만 원을 브로커 비용으로 내고 남은 50만 원으로 살아야 했다. 통장에 들어있는 50만 원을 인출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우선 근처 은행부터 찾아가 옆 사람에게 돈을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는 그렇게 인출한 50만 원을 들고 슈퍼에 갔다. 몇 가지 식기류와 라면, 생수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둑해질 무렵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끓는 물에 라면을 끓여야 면이 퍼지는데 물을 끓일 줄 몰라 찬물에 라면을 넣고 바라만 봤다. 그렇게 첫날을 보냈다. 몇 개월 뒤 이 대표는 여기저기 직장을 옮겨 다녔다. 한국도로공사 서울 톨게이트에서 일하기도 하고 가스 배달, 일용직 일도 했다. 서울 톨게이트에서 근무할 땐 사장님이 회식 자리도 만들어 주고, 출퇴근 거리가 멀다며 기숙사도 제공해줬다. 하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 생각에 곧 일을 그만두게 됐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당시 월급으로는 그런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탈북민들이 급한 마음에 보수를 많이 주는 일용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당장은 보수가 적더라도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을 하는 것이 정착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착 초기 깨달은 점이 있다면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여러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고가 넓어질 뿐 아니라 자신감도 따라붙는다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 결국은 처음보다 발전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 일당을 받아 당장 손에 돈을 쥘 수 있는 일용직이 처음에는 편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미래를 위해 길게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직 혼자의 힘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처음 4, 5개월간은 일이 없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업을 했다.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지만 오직 희망을 가지고 임했다고. 이 대표는 그 과정에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같은 북한 출신인 사장이 일하는 회사도 좋겠지만 한국 사람과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빈손으로 와 얻어 가는 게 많다”면서 앞으로 더 성공을 거둬서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김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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