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를 통한 정보 확산, 북한 내부 흔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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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북한에서 손전화(핸드폰)를 통한 정보 확산에 따라 주민들의 의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경 지역에서 중국산(産) 손전화를 통해 유입되고 있는 정보가 내륙으로까지 번져 체제의 민낯을 깨달아 가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건데요. 김채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북한에서 손전화는 2000년 초 잠시 도입을 시도한 후, 2008년을 기점으로 고위 간부들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보급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손전화를 통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양강도와 함경북도 등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산 손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외부정보가 자연스럽게 북한 내부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북한 당국 입장과 자연스럽게 정보를 획득하려는 주민들과의 ‘정보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진행 : 정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기자 : 사실 손전화 대중화는 북한 당국의 유도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손전화 판매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당국이 이를 팔아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보고 판매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엔 사실 부작용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손전화를 통해 외부정보를 공유하면서 북한의 독제체제와 김 씨 일가의 허구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 당국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감청에 나섰던 것이죠. 독일산 감청 기계들을 비싼 가격으로 사들여 주민 단속에 나섰고요, 여기엔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 격)과 인민보안성(경찰) 등 권력 기관들의 역량이 총집중돼 있는 것입니다. 진행 :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오히려 감청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손전화 보급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습니다. 이건 무슨 이야기죠? 기자 : 북한 당국이 손전화기를 주민들에 보급한 목적은 문명생활 향상이나 욕구 해결이 아닐 겁니다. 외부 세계로부터 주민들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통제하는 북한 당국의 입장으로서는 손전화는 체제를 위협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겠죠. 오히려 당국에 대한 불만을 감추고 사는 주민들의 속내를 감청을 통해 감시하려고 하고, 또한 그런 기능이 내재된 손전화를 보급해 새로운 통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멍은 언제든 생기기 마련입니다. 밀수를 철저히 통제한다고는 하지만 근절되지 않듯이 손전화를 통한 정보 교류는 지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 : 북한 당국이 이 분야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요. 기자 :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북한과 중국 손전화를 동시에 사용하는 현상입니다. 외부 정보에 밝은 중국 손전화 사용자들이 북한산도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 손전화를 통해 중국과 한국의 정보를 받아 북한 손전화로 유포시키기 행위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승인하지 않은 중국 손전화 사용은 불법행위로 간주합니다. 또한 단속이 되는 경우 체제를 말살하려는 역적행위로 간주하고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로 추방하거나 시범껨(본보기)으로 총살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하지만 이런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자세히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일선에서 주민 감시를 담당하고 있는 간부들이 당국의 지시를 교묘히 활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양강도 보위부의 최 모 간부는 한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통화를 하다 단속된 김 모 씨를 봐주는 대가로 ‘중국 돈 4000위안(元, 약78만 원)으로 조용히 처리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중국 손전화 사용자들은 보위성원들의 중요한 감시 대상자라고 하는데, 목적은 ‘벌을 줘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보위원들은 단속한 이후 오히려 침착하게 어디와 통화했는지만 따지고 돈만 받아 챙기고 유유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진행 : 여기서 한국과 통화를 하다 적발되면, 보다 많은 상납금을 바쳐야 하는 건가요? 기자 : 북한 당국이 싫어하는 행동을 한 경우엔 뇌물 비용이 당연히 올라갑니다. 최근 유사한 사건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최근 함경북도 무산군의 30대 한 남성이 한국과 통화하다 보위부 반탐과 지도원에게 걸려 10000위안(元, 약 166만 원)을 뜯겼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중국산 손전화를 사용하다 단속되는 경우 상납하는 ‘뇌물 비용’도 ‘시장 가격’처럼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형성돼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법과 보안 기관에 속해 있는 요원들도 장사꾼이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체제 수호의 일선에 있는 보위원들 조차도 손전화 단속사업을 빌미로 비공식 시장에 기생해 시장참여자들에게 뇌물을 받는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 :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이런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있는 겁니까? 기자 : 당연히 할 수밖에 없죠. 바로 중앙에서 검열조를 파견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최근에는 국가보위성에서 전문가들이 최신장비를 갖추고 파견 나와 24시간 감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27국(전파탐지국)과 합동해서 전파방향과 위치를 추적해 중국산 군용트럭과 오토바이로 현장에 신속히 출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북한 당국은 최근 발생한 탈북 사건들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원인이 손전화를 이용한 정보통신망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또한 국경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이뤄지는 외부정보 유입 확산이 북한 체제를 흔드는 행동을 부추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손전화 사용자의 증가로 북한에 정보가 소통되는 창구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 물가, 암거래되는 외화의 가격, 특정 지역의 수요와 공급 상황의 정보들이 손전화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자연스럽게 외부 정보와 정권의 모순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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