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연말모임 때 ‘건배’ 외치며 하는 말은? “충성 아닌 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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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북한에서도 각종 송년 모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류의 영향으로 ‘건배’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의 건강이나 경제적 풍족함 등을 기원하는 한국식 건배사 또한 유행이라고 한다. 평양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전국 어디서든 모임 때 ‘건배’를 외치는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라고 보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면서 “2000년대 이전에 흔히들 했던 ‘축배’라는 말은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어른들은 물론이고 학생들 생일에서도 ‘건배’가 유행”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11월과 12월에 연간결산총화와 망년회(송년회)로 모임이 가장 많은데 모임 첫 시작에 ‘올해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새해에도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건배’라고 시작하면 모두 술잔을 찧으며(부딪히며) ‘건배’를 외친다”며 “이전엔 충성과 연관된 말들이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돈, 건강’ 등과 연관된 건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90년대 이후 시장 활동을 통해 가정 내 경제권을 장악한 여성들이 연말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로 인해 갈등도 불거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여성들이 가정의 경제권을 장악하게 된 후부터 여성들 모임에서도 술잔 찧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며 “여성들의 건배는 주로 장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부장적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술을 마시며 모임을 갖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주민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사회주의체제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노년층에서는 현재 유행되는 문화가 낯설기도 하고 불순한 것으로 인식돼 일부 가정에서는 문화적 충돌도 잦게 일어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어 “젊은 층들은 여성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문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반면에 노인층에서는 비난하기가 바쁘다”며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외부문화가 대중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실정에서 따돌림(왕따)을 당하지 않으려면 술도 같이 마셔야 하는 세월’이라는 말로 반박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시부모를 모시고 있는 일부 가정들에서는 연말이면 부부싸움이 자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얼마 전 주변의 한 가정에서도 아내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 것 때문에 밤중에 싸움이 있어서 주변이 소란스럽기도 했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어른들의 옥신각신 다툼 속에서도 일상화되고 있는 건배문화로 이젠 아이들도 ‘음료수 건배’를 하고 있다”며 “이전 같으면 아이들의 건배는 생각지도 못했겠지만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고, 이런 문화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임에서 건배 때 들을 수 있는 말들도 이전에는 ‘훌륭한 과학자, 인민군대, 충신, 충복’들이였다면 지금은 ‘부자, 이사장’이라는 말들이 흔히 듣게 되는 말”이라며 “내가 벌어 내가 사는 세월이어서 대부분 생계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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