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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式 충성경쟁…“전형단위 따라 열정 깡그리 바쳐야”

북한 당국이 올해 말 ‘만리마선구자 대회’ 개최를 예고하고 이른바 ‘만리마 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 운동의 본보기가 되는 사업장들을 선별 ‘전형단위’라는 명칭을 부여하면서 충성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만리마 시대를 빛내이는 보람찬 투쟁에서 기적과 위훈의 창조자가 되자(조선로동당출판사, 주체106(2017년) 8월)>라는 제목의 강연 및 정치사업자료(이하 강연자료)에서 “만리마속도 창조의 불길이 세차게 타 번지는 속에서 전형단위들이 배출되어, 온 나라에 비약과 혁신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리마 운동의 전신인 천리마운동(1956년 시작) 당시 북한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사람에게는 ‘천리마 기수’, 성과를 낸 집단이나 조직에는 ‘천리마 작업반’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바 있다. ‘전형단위’가 정치적 의도가 실린 새로운 명칭인지, 단순히 본보기가 되는 사업장을 지칭하는 말인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생산력 증대를 독려하고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연자료는 “오늘의 만리마 시대는 그 어느 부문, 어느 단위에서나 전형단위들에서 발휘된 투쟁정신, 투쟁기풍을 따라 배워 만리마선구자 대렬에 떳떳이 들어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지혜와 힘과 열정을 깡그리 바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원산구두공장 등 11개의 단위들이 “전형단위의 영예를 지니게 됐다”고 소개했다.

강연자료에서 열거한 ‘전형단위’들을 살펴본 한 고위 탈북민은 14일 데일리NK에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사업장들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모범 단위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천리마 시대에는 모범 단위가 많아서 그 중에 선별을 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국가의 지원으로 설비와 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형단위’로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연자료에서 모범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 ‘원산구두공장’과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은 모두 국가의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원산구두공장은 3년 전에 개건(리모델링)했고, 김정은이 약 2년 동안 현지지도를 4차례 진행하고, ‘매봉산’이라는 브랜드까지 직접 붙여줬다. 또한 원산은 김정은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강원도 지역은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정치구호인 ‘마식령 속도’, ‘강원도 정신’의 본산지다. 이른바 당의 배려를 받고 있는 지역인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관심이 크지 않은 다른 신발공장의 경우 설비도 열악하고 가죽 등 원료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정부가 2007년에 신발과 의복, 비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00만 달러를 현물로 북한에 지원했을 때, 낙후된 생산시설에 맞지 않아 제3국에서 저급한 원료를 따로 사서 보낸 적도 있다.

2008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B씨는 “함흥과 청진 등에도 신발공장들이 있었는데 당시 가죽이 부족해 신발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면서 “김정은이 관심을 쏟는 원산구두공장의 경우 좋은 설비를 들여오기도 했겠고 가죽 공급이 원활하겠지만 다른 지방의 신발공장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자료에서 ‘전형단위’로 꼽은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도 특수한 곳이긴 마찬가지. 평양의학대학은 1948년에 설립된 곳으로 북한 의료교육의 산실이다. 이 대학병원은 중앙당 부부장급 이상의 간부들과 일부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북한 당국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장만 골라 ‘전형단위의 영예’를 주고 있다는 말이다. 이곳은 결국 향후 ‘만리마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정은의 치적 사업으로 선전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편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월 보도문을 통해 올해 말에 반세기 전 전설적인 천리마시대를 진감시킨 <전국 천리마작업반운동 선구자대회>와 같은 <만리마 선구자대회>를 평양에서 소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당국은 “현실은 천리마대진군 때보다도 더 높은 목표를 내세우고 당 정책관철을 위한 총결사전을 벌려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낙후됐던 시절에 펼쳤던 천리마 운동 때보다 10배 더 달려야 한다며 ‘만리마 속도’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냉소적이다. 내부 소식통은 “우리를 부려먹기 위한 수단이다” “먹지도 못 하는데 무슨 만리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내부 민심을 전했다. 만리마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바라는 ‘열정, 높은 창의성, 헌신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염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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