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덕스토리, 뜻밖의 흥행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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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요덕스토리’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관객 폭발. 26일 일요일 공연은 2회 모두, 998명의 관객이 들어가는 표가 모두 매진됐다. 평일에도 객석의 70%를 유료 관객들이 채우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던 이 뮤지컬의 흥행 몰이에 제작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이다.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파요. 같은 민족인데… 정말 이 정도일줄은 몰랐어요.” 이날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보러왔다는 장은지(21·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씨는 “여기라도 오지 않으면 대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더 많은 친구들이 볼 수 있게 학교에 붙여놓고 홍보할래요”라며 포스터 4장을 챙겨갔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윤은선(25)씨는 “철조망으로 둘러처진 무대에서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 ‘살아서 언제 또 만날까/그 모습 또 볼 수 있을까…’하는 선율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살아서는 나갈 수 없는 생지옥의 얘기가 허구가 아닌 북한의 현실이라니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요덕스토리 흥행의 요인은 믿기지 않는 비극의 스토리 때문이다. 배고파서 감자를 훔쳐먹는 아이의 손을 작두로 자르고, 돌멩이가 아까워 몰매를 줘 사형시키는 요덕수용소의 모습. 죽음보다 무서운 삶을 피해 여주인공이 ‘살기 위해 꿈을 꾼다/영원히 깨지 않을 꿈…’이라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다음 장면에선 ‘꿈꾸지 마/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순 없어’라고 절규하는 수용소 수인(囚人)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막이 내리면 언제나 무대에 오르는 탈북자 출신의 정성산 감독은 “이곳에서 불과 몇 시간 만 달리면 있는 곳”이라며 목이 메인다. 이날 금산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온 교사 강익모(45)씨는 “벌써 세 번째 이 뮤지컬을 봤다. 교과서에 없는 인권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있다. 어제는 17명을 데려왔고 오늘은 21명을 데려왔다”고 했다. 요덕스토리 홈페이지에는 날마다 “공연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처절한 북한의 현실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보라고 권해야겠습니다” 등 관객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김은경’씨는 “그들의 아픔에 내 가슴도 찢겨지는 듯 했고,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임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요덕이의 외침, “요덕을 잊으면 안 돼요. 요덕을 잊으면 안 돼요”가 귓가에 울립니다”라고 썼다. 공연 도중 객석에 앉으면 뒷좌석에서 ‘흑 흑’거리는 여성관객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꿀 수 없는 꿈을 꾸는 죄수들의 가사에 점잖은 옆 좌석의 노신사의 어깨가 들먹인다. 하지만 배우들이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때면 손바닥이 터질 듯한 박수소리가 커튼이 내려도 그치지 않는다. 극장 입구의 배우 사인회에는 휴대전화로 사진플래시를 터뜨리는 젊은이들이 줄을 선다. 지난 15일 개막, 이제 폐막(4월 2일)을 일주일 앞둔 26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는 특히 젊은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 팔짱을 끼고 온 연인들도 많았다. 이날 객석에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도 있었다. 박근혜 대표는 공연 후 제일 먼저 무대 위로 올라와 배우들과 일일이 악수한 후 “아버지, 요덕을 잊지 마시고 아버지 나라가 요덕에도 이루어지소서 하는 가사가 우리 민족이 북한인권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로 들린다”며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북한은 자유가 없고, 민주주의가 없고, 인권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보여줬다”며 감독과 배우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황장엽씨는 “남과 북은 한날 한시에 해방됐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보신 바와 같이 남과 북은 지금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을 잊지 말아야 하고 반드시 우리 민족의 통일을 이룩해야 합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요덕스토리는 개막 초반만 해도 예매율이 20% 정도였다. 그러나 공연 횟수가 계속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관객이 몰려들었다. 이날까지 관람객수는 1만여명. 최빛나 홍보팀장은 “주말엔 거의 매진이고, 평일에도 점유율 70%를 훨씬 넘는다”며 “처음에는 중년층이 많았는데 갈수록 20~30대 젊은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어 스태프들도 놀라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외면하는 사람보다는 동참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정 감독은 “그것이 문화의 힘이고 진실의 힘”이라고 했다.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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