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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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탈북인권운동가, 평남출신)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지원 식량분배의 투명성을 더 강력히 요구해야 국제식량기구(WFP)가 11일 춘궁기를 맞아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재개를 승인했다. WFP는 지난 2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재개를 승인했으나 북한이 모니터 요원을 32명에서 1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나서는 등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식량지원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었다. WFP는 모니터 요원을 32명에서 10명으로 줄이자는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고 2008년 중순까지 여성과 어린이를 위주로 한 북한 주민 190만 명에게 식량 15만t(약 1억200만달러 상당)을 지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지난 10일 북측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앤서니 밴버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지역국장은 12일 북측과 합의한 1억200만달러 상당의 대북 식량지원 프로그램의 이행을 위해 한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한편 세계최대 식량지원국인 미국은 12일 美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을 통하여 “미국이 지원하고자 하는 식량이 실제로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는지에 대한 효과적인 모니터가 가능한지 살펴볼 것”이라며 사실상 검증 없이는 대북식량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마 남한 주민들은 미국과 WFP의 엇갈린 주장에 무엇이 정당한 것인지 판단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 주장이 옳다고 본다. 실제 모니터 요원 32명도 모자라 실제로 굶어죽는 주민들에게 지원식량이 제대로 배급되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모니터 요원들이 지켜볼 때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척하고 뒤에서는 그 식량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32명에서 10명까지 줄이자는 북한 당국의 조건을 승인했으니 이제는 그 지원식량마저 김정일 마음대로 처리할 것이다. 인민이야 죽건 말건 관심도 없는 김정일에게 식량지원을 맡겼으니 필자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북한의 식량 공급원천 북한의 식량은 크게 세 경로를 통해 얻어진다. 국제기구와 한국 등 개별적 국가를 통해 들어오는 ‘지원식량’과 중국에서 무역거래를 통하여 들여오는 식량, 협동농장과 개인 텃밭 등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식량이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원식량이다. 중국과의 무역거래를 통하여 들여오는 식량은 통나무를 비롯한 북한의 특산품을 주고 사오기 때문에 공짜가 아니다. 그 식량은 주로 조-중 국경 지역에서 진행되므로 그리 많지도 않고 또 장마당에 흘러들어도 상업의 성격을 가진다. 쌀을 팔아야 유동자금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은 수확되는 즉시 전량 정부에 납부되거나 인근 군부대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장마당이나 배급소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공짜로 얻어진 다량의 지원식량만이 비리에 비리로 이어지며 장마당을 떠돈다. 다시 말해서 지원식량이 실제 굶고있는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급되지 않고 군대와 권력기관들에만 쏠려 장마당을 떠돌며 고가에 팔려나간다는 말이다. 그러면 지원식량이 어떻게 군대와 권력기관에만 집중되는지 그 실태를 분석해보자 권력기관이 식량을 독점하는 사회시스템 북한정부가 선군정치의 체제유지를 위해 지원식량을 군대와 권력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배급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북한당국은 국제지원식량 분배 투명성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여론을 의식해서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지원식량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사회시스템은 군대와 권력기관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지원식량을 가로챌 수밖에 없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지원하는 수백 만 톤의 식량은 서해안으로는 남포, 동해안으로는 원산, 청진항에 하역된다. 노동당 기관에서는 하역된 식량의 수량에 따라 각 시, 군(郡)에 할당하여 운반하도록 한다. 각 시, 군당위원회들에 식량을 운반해서 주민들에게 나눠주라고 해도 실어 나를 수 없는 형편이다. 자동차와 같은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항구에 오랜 기간 쌓아들 수도 없다. 쌓아놓은 식량이 자체 발열로 썩기 때문이다. 지원식량을 가장 빨리 실어갈 수 있는 기관은 당, 군부대, 보위부, 안전부, 군수공장들이다. 이런 기관들에는 자동차를 비롯한 필요한 운송수단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서 식량보다 귀한 것은 휘발유, 디젤유와 같은 연료다. 정부에서는 연료도 위와 같은 기관들에만 공급한다. 특히 군대와 군수공장들이 최우선시 된다. 지방공장, 기업소들에는 자동차가 있어도 연료가 없고, 연료를 구입하면 타이어를 비롯한 각종 자동차부속품이 없어 자동차운행이 어렵다. 게다가 지방공장의 자동차들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하여 목탄차로 개조해 놓았기 때문에 장거리 운행은 고사하고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동량도 적다. 결국 연료와 타이어를 비롯한 자동차부속품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아 군대와 권력기관에 공급된 연료와 자동차부속을 고가에 사서 자동차를 운행하는 형편이다. 요행히 식량을 실어왔다 해도 다시 식량을 팔아 그 값을 물고 나면 나눠줄 식량이 얼마 남지 않는다. 또 군대나 권력기관의 자동차를 빌려쓰는 경우도 있다. 권력기관의 자동차를 빌린다 해도 공짜는 없다. 그 대가로 실어온 절반 가량의 식량을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0톤의 식량을 실어왔다면 그 대가로 4톤을 주고 6톤이 남는 식이다. 남은 6톤의 식량이 그대로 기업소에 종업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북한에서 자동차가 장거리운행을 하자면 “먼 거리 운행증”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타도(他道)를 여행하자면 ‘통행증’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도 “먼 거리 운행증”이라는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 그 “먼 거리 운행증”은 보안부 교통과(교통 경찰)에서 발행한다. 운행증 발급도 공짜는 아니다. 보안부에서는 운행증 발급의 대가로 실어온 식량의 일부를 내놓도록 월권행위를 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식량을 실어온다 해도 간부들이 자기 몫을 다 챙기고 나면 실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1~2kg 정도밖에 안 된다. 그나마 1kg의 지원식량이라도 받았다면 좀 나은 편이다. 아예 받지도 못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학교, 병원을 비롯한 비생산단위 근로자들과 연로보장을 받은 노인들(퇴직자), 어린이들은 자동차도 없고 또 소속된 기관도 없이 소외된 주민들이기 때문에 지원식량은 ‘그림의 떡’과 같다. 결국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어야 할 식량은 군대와 권력자들에게만 몰리게 되는 것이다. 장마당에 떠도는 식량들 북한 장마당에 떠도는 알곡류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한 것은 극히 적다. 80%이상이 국외에서 들어온 식량인데, 이 중 대부분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한 지원식량이다. 군대와 권력자들에게 집중된 식량이 장마당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인민군은 대부분 중대가 하나의 생활단위다. 중대에는 양식서기(창고장)가 중대의 식량관리를 한다. 바로 여기에서 비리가 발생한다. 우선 대원들의 식사량을 줄여서 식량을 저축하고, 이렇게 마련된 식량은 군관(장교)들의 가정에 보내거나 장마당에 내다 팔아 제대가 임박한 대원들의 저축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중대의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품들도 쌀을 팔아서 해결한다. 인민군대에 생활필수품이 전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이 이렇다 뿐이지, 실제 쌀을 팔아서 상급지휘관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또 사관들의 술놀이까지 보장하자면 만만치 않은 식량이 소모된다. 결국 하전사들은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고 생존을 위해 주민들에 대한 노략질을 일삼게 된다. 한마디로 인민군대의 생활은 북한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그렇다면 권력자들은 어떨까. 지원식량 배급의 결정적 권한을 쥐고 있는 권력자들은 식량을 분배하거나 실어오는 과정에서 자기 몫의 식량을 다 받아먹고도 남아 장마당에 내다 팔아 목돈벌이를 한다. 본인들이 직접 쌀을 메고 장마당에 나가 팔 수는 없으므로 장마당의 ‘되거래 장사꾼’들을 이용하는데, 쌀 20kg을 팔아주면 10%에 해당하는 2kg을 떼어 주는 식이다. 때문에 되거래 장사꾼들은 너도, 나도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많은 량의 식량을 넘겨 받으려고 경쟁을 하고, 그 결과 장마당에는 “대한민국”이나 ‘WFP(세계식량계획)’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쌀이 포대 채로 나돌게 된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죽지않기 위해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군대와 권력자들이 내다 파는 지원식량을 고액에 사먹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은 김정일의 측근자들을 비롯한 당, 군, 보위부, 안전부와 같은 권력자들만 살찌우고 있다. 절대 다수의 주민들은 방바닥에 흩어진 밥알을 주어먹듯, 군대와 권력자들이 흘린 쌀을 주어먹으며 비참한 생활을 연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대북지원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높이는 것이 북한주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 당국의 너절한 유인전술에 속아서는 북한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쌀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지원을 하되 실제 굶어 죽어 가는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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