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시작 북한, 식량걱정은 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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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7일 남북차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개성시 인근의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에 열중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소가 쟁기를 끌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돼 손으로 하나하나 모를 옮겨심는다.” 8일 북한 개성 인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내기 풍경이다. 개성은 여전히 한국과 중무장한 채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지만 평지는 물론 언덕에도 계단식 논을 만들어 놓는 등 가능한 모든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도시 지역에서 20일간의 필수 노력봉사에 나선 주민들을 실어나른 버스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모내기를 일찍 마친 지역의 농민들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 안내원은 지난 4월에 시작됐어야 할 모내기가 이제야 이뤄지고 있는 이유를 예년과 달리 길었던 지난 겨울 탓으로 돌렸다. 이 안내원은 곧이어 “우리가 땅 위에 살고, 후손들도 땅 위에 살텐데 우리가 숲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어디서 살까”라며 시적 감흥에 젖기도 했다. 식량 생산을 위해 북한이 뒤늦은 활기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식량 걱정은 여전하다. 세계식량계획(WFP)의 토니 밴버리 아시아지역 국장은 북한이 매년 필요로 하는 550만t의 식량 중 80% 정도를 자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자라는 부분 중 50만t을 한국에서, 30~40만t을 중국에서 각각 지원받은 북한이 7만5천t을 WFP로부터 원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밴버리 국장은 설명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북한에서는 잇따른 자연 재해와 낙후된 농업 기술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인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많게는 200만명이 굶어죽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외적으로 식량 문제에 대한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북한에서 세계 태권도계 인사들이 모이는 행사가 치러졌는데 이때 방문객들에게 북한이 식량 때문에 고생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했다는게 북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WFP는 지난해 6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지만 식량 배분의 적정성 감시 문제 등으로 북한 당국과 마찰을 빚은 뒤 올해부터는 지원량을 2년간 190만t으로 줄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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