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쿠바 정세 남의 일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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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체제붕괴 정책에 촉각 곤두세워 대미 위기의식 조성..체제 결속력 강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47년 간 집권해 온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건강 악화로 입원하면서 일시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고 미국이 이 기회에 쿠바 체제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한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미 공동전선이라는 이념적 유대를 맺고 있는 북한으로 볼 때 이를 바라보는 입장은 매우 착잡하면서 한편으로는 극도의 경계심을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순수한 사회주의 이념을 공식적으로 고수해온 나라는 남미의 쿠바와 북한뿐이라는 점에서 카스트로의 사망과 미국의 체제붕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일 카스트로 의장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뜻하지 않은 급병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놀라운 소식에 접해 깊은 동정과 위문을 보낸다”면서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쿠바 혁명과 인민이 부여한 중임을 계속 훌륭히 수행하게 되기를 충심으로 축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북한 언론 매체들은 쿠바 정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않고 있다. 북한과 쿠바는 김일성 주석과 카스트로 시절은 물론 김 주석 사망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에 들어와서도 정치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60년 8월 수교한 이후 1986년 3월 카스트로가 방북,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1994년 7월 김 주석 사망 이후 김정일 체제 들어서도 양국간 교류협력과 친선행사를 활발하게 하면서 이념적 유대관계를 지속시켜 나가고 있다. 올들어서도 김기남 당비서가 쿠바를 방문하는 등 북한 대표단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았으며 5월에는 쿠바 군사대표단이 12일 간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과 쿠바의 기념일에 양국 지도자들이 축전을 교환하는 동시에 기회 있을 때마다 친선협력 강화와 반미 공동투쟁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에 권력을 일시적으로 이양 받은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는 지난해 9월 양형섭 부위원장을 만나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는 앞으로 끄떡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쿠바의 목줄을 죄려고 하는 데 대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체제를 전복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핵과 미사일 위기도 따지고 보면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90년대 초 1차 핵 위기에 이어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가 조성된 이후 북한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선(先) 핵무기’ 포기 요구를 거부한 채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로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을 선택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선전포고’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이 쿠바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자신들과 직결된 당면문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은 쿠바 정세와 관련해 미국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대미 위기의식을 더욱 고취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즉 미국의 체제붕괴 정책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면서 주민들에게 위기의식을 주입, 대미 대결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쿠바 정세와 미국의 대(對) 쿠바 작전을 지켜 보면서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의 안위문제에 더욱 신경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그 결과 선군(先軍)정치를 강화해 나가면서 주민들에게 “혁명의 수뇌부(김정일 위원장)를 총폭탄 정신으로 철저히 옹호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과 쿠바는 사회주의 혁명동지로서 유대감은 크지만 미국의 움직임에 실질적으로 힘을 합쳐 공동으로 대처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주민들에게 대미 위기의식을 조성해 대내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연합 200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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