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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왕자와 공주의 해피엔딩 못마땅해 했다'
동지회 605 2006-11-27 12:19:44
덴마크 괴짜 언론인 브루거가 본 북한
북한인들도 익살극 보면 웃을까? 궁금해 방북

“북한에도 유머가 있을까.”

덴마크 공영방송인 DR의 언론인 매츠 브루거(Mads Brugger·사진)씨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서 북한 대사관에 방북을 신청했다.

지난 6월의 일이었다. 그 후 그는 동료들과 함께 16일간 북한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브루거씨는 언론인이자 코미디언이다. 지난 2004년에는 ‘덴마크의 열렬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자’로 신분을 감춘 후 미국에 들어가 부시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부시를 위해 춤을(Dance for Bush)’이라는 다큐멘터리는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브루거씨의 방북기는 4부작으로 방송됐다. 이 괴짜의 눈에 비친 북한은 어떤 곳이었을까.

브루거씨의 공식 방북 목적은 “문화 교류를 위한 희극 공연”이었다. 북 당국에 정치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그의 방북에는 사이먼 쥴과 제이콥 노셀이라는 코미디언이 동행했다. 두 사람 모두한국 입양아 출신들로 20대 초반이다.

브루거씨 일행은 안데르센 원작의 ‘공주와 콩’이라는 동화를 풍자적으로 바꾼 연극을 준비해 갔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용이 모두 상류층을 다루는 데다 왕자와 공주가 해피엔딩을 맞는 것을 북측이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브루거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50년 이상 사상을 통제당하고 검열당하고 해선지 북한 사람들은 익살과 희극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 것 같았다”며 “북한 당국이 우리 희극 내용을 아예 북한 체제 선전용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했다.

내용이 익살극이었는데도 북한 관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대사가 없는 연극이어서 언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동행한 제이콥 노셀은 장애인이었다. 브루거씨는 방송에서 “북한 당국은 장애인이 관객 앞에 서지 못하게 하는 게 무척 중요했던 것 같다.

장애인인 우리 배우가 정상인처럼 위장하고 장애인인 것처럼 연기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브루거씨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 달라며 커다란 피자 구이용 칼을 선물로 가져갔다. 김 위원장은 90년대 초 이탈리아의 피자 요리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바 있다.

이 요리사는 나중에 “나는 김정일의 피자를 만들었다”는 책에서 가난한 나라의 이상한 독재자라고 김 위원장을 풍자한 바 있다.

브루거씨는 “김 위원장이 피자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지도를 하느라 쉴새없이 움직이고 특히 지방에 나갈 때는 간단히 먹을 수 있어서 피자를 즐겨 먹는다고 들었거든요”라고 했다.

방송에는 그와 친구들이 피자용 칼을 어떻게 쓰는지 진지한 얼굴로 지켜보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반미 규탄대회에 이들을 데려갔다. 그리고 맨 앞줄에 이들을 세웠다.

방송에는 수 만 명의 군중들이 “미국의 핵전쟁 도발을 깨부수자”는 구호와 함께 팔을 흔들고 그 앞에 브루거씨 일행이 어정쩡한 모습으로 팔을 흔드는 장면이 나온다.

브루거씨는 “바깥 세계에 북한 정권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외국인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럴수록 바깥 사람들은 반대로 본다”고 했다.

브루거씨는 “방북 전에 북한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어떤 사람이 북한을 방문했다고 해도 자기가 북한에 실제로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에서는 만나는 사람들 모두를 포함해, 모든 경험들이 모두 꾸며진 것, 일종의 가상현실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독재와 사상통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해도 (외부인들은) 그것을 (현실이 아닌) 풍자로 볼 수밖에 없는, 한마디로 끔찍한 곳”이라고 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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