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月28만원…일 잘해 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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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1시(한국시각 오후 7시) 카타르 도하 시내 하마드병원 응급실. 지난 밤 머리에 중상을 입고 실려온 북한인 1명이 누워있다. 이름은 윤광호. 서른 살이라고 했다. “나무 심으러 왔시요.” 정신이 아직 혼미한 상태였지만, 자신이 4형제 중 셋째이고, 중국을 거쳐 카타르에 왔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다. “조국에서 지성금성합영회사의 노동일을 했다”는 그는 1개월 예정으로 카타르의 조경사업 일을 하러 왔다고 했다. 현재 카타르에는 1000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들이 나와 있다. 대부분 건설 노동자다. 약 3년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북한은 쿠웨이트 인력송출업체를 통해 카타르에 건축·도로·조경사업 현장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는 북한의 조경회사 지사가 있다. ◇12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남쪽으로 40㎞떨어진 메사이드 연립주택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채승우기자 윤광호도 그 중 한 명으로, 카타르에 도착한 지 사흘 됐다고 했다. 언제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여러 사람한테 떠밀려서…”라고 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온 동료들은 경찰과 함께 윤광호를 병원 응급실에 옮겨놓고는 그의 소지품들을 모두 챙겨 사라졌다고 간호사들은 말했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응급실 환자 차트에는 박장철이라는 엉뚱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하에서 남쪽으로 약 40여㎞ 떨어진 메사이드의 QP(Qatar Petroleum) 직원주택 건설 현장. 새까만 얼굴의 북한 노동자들이 공사 중인 콘크리트 맨바닥에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사발에 밥이 수북했고, 반찬은 김치와 장아찌 등 2~3가지였다. 이곳엔 카타르 건설회사인 알자버(Al-Jaber)그룹에 고용된 243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2층짜리 빌라 164동을 짓고 있다. 대부분 목수와 철근공으로 건물 골조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최소 12시간을 일하고 250~300달러를 받는다. 물량이 달리는 콘크리트가 현장에 들어오는 날은 철야 작업을 한다. 카타르에 온 지 8개월 됐다는 한 노동자는 “여름 나기가 좀 힘들지만 일 하는 거야 어디나 똑같지”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허가를 받았느냐”며 “힘들게 일하는데 같은 민족끼리 그러지 말라”고 거칠게 저지했다. 현장소장인 모하메드 나델은 “관리자급인 엔지니어들은 모두 북한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있는 배지를 차고 있다”고 했다. 그 ‘대통령’은 이미 죽었다고 하자 “여기 사람들은 죽은 게 아니라 자고 있다고 말하던데…”라며 웃었다. 북한 노동자들은 카타르 건설업체들에게 인기가 좋다.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인 노동자들보다 인건비가 싸면서도 일은 훨씬 잘하기 때문이란다. 알자버 그룹의 아부 아지나 지야드 사장은 “작업 성과가 좋고, 아주 열심히 일한다. 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싶다”고 했다. 주말엔 몇 명씩 무리를 지어 시내에 나가기도 한다. 도하 시내엔 한국식당 두 군데가 있는데, 간혹 북한 노동자들이 들어와 “김치를 좀 얻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열흘 전쯤엔 서너 명이 들어와 메뉴를 들쳐보고는 그냥 나갔다. “예약을 하겠다”고 장난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북한 근로자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고용업체의 허락을 얻어 작업을 일찍 마치고 집단 응원을 나가고 있다. 알자버 그룹의 계열사인 정신건설 조남식 부장은 “임금 중 본인들이 손에 쥐는 건 얼마 안되고 지도원들에 의해 대부분 본국으로 송금된다고 들었다”고 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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