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상공개 후 北가족 행방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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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인권에 좀 더 신경썼으면 합니다.” 지난 3월 동해상 군사분계선을 통해 입국한 이광수(37)씨는 요즘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입국 후 자신과 아내, 두 아들의 신상은 물론 사진까지 공개돼 북녘에 남은 부모 형제 등 가족의 소식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탈북자나 탈북 브로커에 따르면 이씨 가족의 신상이 북한에도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남은 가족들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31일 이씨는 “북한에서 월남자의 가족이 ’반역자’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남측 당국은 입국 당시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관계 당국은 ’공식 공개’가 아니라 신상정보가 부주의로 언론에 들어갔다는 입장. 이씨는 지난 5월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신과 가족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에서 내년 1월 중으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인권국가라는 한국에 배신당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이곳 저곳 탄원서를 쓰고 정부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지만 답답하기만 하다”며 “정부는 한국에 온 탈북자의 인권 침해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도 하고 싶지만 (북녘) 가족을 잡아먹고 돈 벌어 잘 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아내는 가족의 행방불명 소식을 들은 뒤 밤마다 울며 날 원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가 남한에서 처음으로 맞는 연말연시는 암울하기만 한 것 같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북녘 가족이) 다 죽었겠지라는 생각 밖에 없다”고 되뇌었다. 이씨는 “탈북자들이 국내에서 한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내년 (정부로부터) 어떤 답을 들을 때까지 항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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