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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초대석 '새터민 도우미' 이금옥 주부
동지회 1150 2007-01-15 12:04:31
"새터민 취업문제 해결이 가장 큰 과제"
"'왜 왔냐' 묻기전에 이웃되기 노력 먼저"
"'지원부족 탓'보다 홀로서기 힘써야"

"처음엔 북한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진한 사투리 쓰는 이웃과 같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소속으로 지난 4년 동안 북한이탈 이주민(새터민)의 '정착 도우미'를 하고 있는 주부 이금옥(55.서울시 양천구 신월3동)씨는 14일 새 삶을 시작하는 새터민을 이웃으로 맞아 도우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003년 3월부터 새터민 돕기에 나선 이씨의 '따뜻한 손'을 거쳐간 탈북 가족이 25가구에 이르며, 서울시 양천지구협의회 회장까지 맡아 동료 봉사원들과 함께 지금도 8가구를 돌보고 있는 열성파다.

이씨는 맨 먼저 도움을 준 새터민인 70대 차 모씨 부부를 소개하면서 "하나원에서 그 분들을 데리고 나오며 임대아파트 계약, 전입신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을 대신 해줬다"면서 "그래도 미리 청소까지 해놓은 아파트는 그들에게는 너무나 휑한 집이어서 가슴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터민이 처음 입주하는 임대아파트는 여느 집과 똑같지만 가재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그들이 스스로 갖추기 전까지는 전자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쌀이나 밥그릇도 없는 그야말로 '빈 집'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새터민의 첫 막막함을 이씨와 같은 도우미들이 나서 적십자사에서 제공하는 구호품 세트(치약, 칫솔, 담요, 수저, 양말 등)를 전달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씨는 "차씨는 처음 와서 커피가 맛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커피를 타는 법도 몰랐고 엘리베이터나 버스 등을 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로 여길 정도로 낯설어 했다"면서 "하지만 사선을 넘어온 분들이라서 그런지 빠르게 생활을 배우고 적응해 나가 한두 달이 지난 뒤에는 크게 도와줄 일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노 부부가 생일날에는 북한식 순대 등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봉사자들을 대접하기도 했다"면서 새터민 도우미로서 받은 '따듯한 선물'로 떠올리기도 했다.

물론 이씨가 탈북자들의 '생활 가정교사'를 하면서 보람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새터민들과 처음 접하면 북한식 말에 익숙하지 않아 서로 불편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거나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북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걱정이나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는 어려움 등에서 비롯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때도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고온 가족을 돕거나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대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조급해 하는데도 마땅히 도울 수도 없었다"며 "새터민에게 취업문제 해결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새터민들이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입국하기 전까지 수년간 악몽 같은 도피생활로 인해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그는 "새터민 중에는 (도피과정에서) 총 맞은 사람,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 공안에 붙잡혀 감금당했던 사람, 굶주림으로 위와 간이 안좋은 사람 등 건강을 해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여성들은 중국에서 만난 남성들과 살면서 생긴 산부인과 질환을 가진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나아가 "새터민들은 시련을 겪어서 그런지 머리도 좋고 어떤 상황에 대한 이해타산을 하는 순발력도 빠르다"고 평가하면서 "어느 곳에나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 쓰는 사람이 있듯이 새터민도 북한 사투리 쓰는 이웃 정도로 보면 된다"고 '바람직한 새터민 보기'를 제시했다.

새터민 1만명 시대를 맞은 이제는 동네에서 북한 사투리 쓰는 이웃을 만나면 괜한 호기심만 발동해 '왜 고향을 떠나왔냐', '어떻게 탈북했냐', '가족은 무사하냐' 등을 캐묻기보다 친절한 이웃이 되는 노력을 먼저해야 한다고 '대국민 당부'도 했다.

"어떤 때는 서로 욕도 주고 받는다"며 새터민과 깊은 친분을 과시한 '새터민 돕는 회장님'은 새터민들이 감추고 싶은 부분도 꼬집으며 애정어린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서 그랬는 지는 모르지만 내복 바람으로 손님을 맞거나 약속을 하고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는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거나 "고민이 많더라도 술.담배를 줄이는 대신 일자리 구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어머니 같은 '잔소리성' 지적을 했다.

아울러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우리 사회에 임대아파트 한 채 없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빨리 홀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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