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ㆍ지역주민 훈훈한 情 나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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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를 많이 마련해 마음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어요.” 서울 송파구 주민과 새터민이 어우러진 ’설날 민속놀이 한마당’이 14일 잠실 서울놀이마당에서 송파종합사회복지관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역 주민과 새터민 200여 명이 참여해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당겨 즐겼다. 눈발이 날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훈훈한 정(情)이 추위를 녹였다. 행사에 앞서 대중가요 작사가로 유명한 박건호 시인이 “눈과 눈으로 흐르는 사랑으로, 가슴과 가슴으로 만나는 혈육의 정으로 우리는 만났습니다”라며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시(詩)를 낭송했다. 이어 새터민 평양민족예술단 초청 공연과 송파구립민족예술단 풍물패가 차례로 분위기를 띄웠다.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투호, 팽이치기,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 경연이 벌어졌을 때는 처음 서먹했던 모습이 눈 녹듯 사라졌다. 행사장을 찾은 홍순경 탈북자동지회장은 “지역 주민과 친근감이 생기는 좋은 자리”라며 “앞으로 이렇게 어우러지는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즐거워했다. 놀이마당 한 켠에는 지역 부녀회와 대한적십자 봉사자들이 떡국, 파전, 막걸리 등 전통음식을 마련해 설 흥취를 돋웠다. 대한적십자 오금봉사회의 문숙자 회장은 “남북 출신의 주민이 서로 화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새터민이 이런 자리를 통해 남녘의 풍습을 알고 정착에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최근 귀환한 국군포로 A씨의 가족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A씨는 “1953년 중공군에 포로가 된 뒤 54년 만에 남녘에서 설을 맞는다. 지난날 북에서는 눈물겨운 생활을 했다..꿈만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그는 “북에서 광산 일을 했다”면서 “그곳에서는 명절이라도 이렇게 즐거운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국한 지 3년이 된다는 김정길(48)씨는 “북에서 온 사람들은 명절이면 외롭게 지내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고맙다”면서도 “(새터민들이) 저마다 마음에 상처와 아픔을 안고 있어 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또 “이렇게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에 동참해 마음을 열면 결국에는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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