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공급 못하면 지배인 자리 못지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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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당국 “종업원 명절공급 기업소 지배인이 책임져라” 이달 16일 65번째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충성결의 행사가 떠들썩한 가운데 기업소 지배인(경영책임자)들이 노동자에게 지급할 명절공급물자 마련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4일 알려왔다. 함경북도 청진시 ○○회사 대방(무역사업자)으로 중국 단동에 나와 있는 강석태(가명) 씨는 13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명절 특별 공급물자 장만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소 종업원들의 명절 물자장만을 맡은 강 씨는 기업소 지배인(사장)의 특별지시를 받고 1개월 전부터 단동에 나와 있다. 그는 "종업원들에게 줄 장군님(김정일) 탄생일 물자공급을 기업소 지배인이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당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이 오면 국가에서 정한 국정가격으로 식량공급과 명절공급을 해왔다. 국정가격은 시장가격의 10% 수준이다. 당 기관, 군부대는 국가에서 더 푸짐한 명절공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명절공급을 기업소가 책임지고 주지는 않았다. 올해 김정일 생일은 음력설과 겹친 데다 핵실험 성공, 6자회담 성과 등으로 북한 지도부가 크게 고무돼 연휴를 5일까지 늘리는 특별 혜택까지 주민들에게 베풀고 있다. 김정일 생일은 2003년부터 김일성 생일보다 더 큰 북한 최고의 명절로 자리잡았다. 강 씨는 "종업원들에게 보름치 배급과 술, 돼지고기를 공급했다"고 말하고, "명절공급물자에 차질이 생기면 K씨 본인은 물론 지배인의 승진(인사)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업소 명절공급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배인은 노동자들의 신임 뿐만 아니라 당으로부터 무능력자로 지적된다는 것이다. 강 씨는 "만약 김정일생일과 같은 북한 최대의 명절에도 배급을 못주고 명절물자를 공급하지 못하는 지배인은 그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한다”면서 "승진과도 깊은 관계가 있어 웬만한 기관기업소 지배인들은 경쟁적으로 명절공급물자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출신성분과 당성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최근에는 돈 버는 능력만 제대로 박혀있으면 지배인이 승승장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능력이 없는 지배인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럼 능력 있는 사람을 대방(무역대표)으로 임명해 외부와의 무역거래를 전적으로 맡겨 버린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배인은 바지사장(자리만 지키고 권한을 위임한 사장) 노릇을 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지배인 역할을 다 한다는 뜻"이라며 "그나마도 안되는 지배인은 자리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에서도 지배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명절에 종업원들에게 배급과 부식물공급을 얼마나 잘 주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런 능력중심의 평가에 대해 국내 입국한 탈북자 김선주(가명) 씨는 "국가에서 공급을 못하고 명절 분위기를 내야 하니까 기업소 지배인들을 닥달한다"면서 "결국 이러한 분위기는 당성이나 청렴도 같은 체제순응적인 간부들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씨와의 일문일답. 이번 김정일 생일은 며칠 쉬는가? 5일 논다(쉰다). 장군님 생일 2일과 음력설 3일을 합해서 총 5일 논다고 기업소에서 발표했다. 작년에는 음력설말 3일 놀았다. 이번(올)해는 특별히 5일 논다. 내가 살면서 5일 쉬는건 처음이다. 명절공급은 어떻게 하나? 한 4년 전부터 장군님 탄생일을 최대의 명절로 치고 있다. 기업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구당 보름치 배급에 술 한 병과 많게는 1kg(북한 시장가격 2800원), 적게는 5백g씩의 돼지고기를 공급했다. 이와는 별도로 12세 이하 어린이들에게는 나라에서 사탕과자1kg을 선물로 주었다. 명절공급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주나? 아니다. 지금 누가 그런 것까지 나라에서 바라나? 각자 소속돼있는 기관기업소에서 알아서 한다. 그럼 힘이 없거나 능력(식량공급과 월급)이 안 되는 기관기업소들은 어떻게 하나? 야, 지금은 옛날과 다르다. 장군님 탄생일날 종업원들 명절공급하나 제대로 못하는 지배인(공장장)은 그 자리에 못 있는다. 명절날 배급도 못 주고 선물도 못 주는 능력 없는 지배인 밑에서 누가 일하려 하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지배인자리 꿈도 꾸지 못한다. 위에서 승진도 안 시켜 준다. 과거에는 출신성분과 당성을 따져서 지배인이나 간부로 임명했지만, 지금은 능력을 따진다. 능력만 있으면 어디 가서 누구라도 지배인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럼 기존에 토대(출신성분)와 당성이 좋아서 지배인으로 임명된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능력 없고 토대와 당성만 좋아서 지배인 된 사람들은 일찌감치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비서는 몰라도 지배인은 흥정이 없다. 아니 남들이 다 주는 장군님생일 명절물자도 못 주면 위에서도 누가 장군님께 충실하다고 인정하겠는가?/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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