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실패…대북정책 정상화로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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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7-07-04 19:17 '북민넷' 전문가 포럼…“햇볕 10년, 北 선군정치 되레 강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한다는 취지로 지난 9년간 추진되어온 ‘햇볕정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긴 가운데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사장 유세희)가 4일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정책, 북 개혁개방으로 이끌었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햇볕정책을 추진한 지난 9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데에 대부분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특히 햇볕정책 기간 동안 핵실험 등 오히려 북한의 선군정치 노선이 강화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정부의 지나친 낙관주의로 인해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교정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지금까지 북한 체제를 강화시켜주었고 오히려 북한이 개혁개방 선택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물고기만을 줌으로써 북한 지도부나 간부 및 일반 주민들로 하여금 체제 개방과 정책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적극 추진하지 않아도 좋다는 그릇된 신호를 보내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당국이 제한된 자원과 에너지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뒷받침해 줬다”고 지적하고 이와 함께 “군사력이 강화돼 개혁개방을 주도할 엘리트들의 진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올바른 대북정책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지원의 투명성 ▲선군정치 약화와 대북교류를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 ▲국내정치용이 아닌 대북정책 등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 화해협력 정책은 정권을 초월한 대안 없는 대세”라며 “남북경협의 확대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교수는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한 북한의 변화 정도를 수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으로 인해 북한 내부에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의미 있는 변화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은 “햇볕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은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면 개혁개방으로 유도해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인 군사우선주의(선군정치) 노선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했다"며 "중국도 해내지 못한 김정일 정권의 개혁개방 유도를 남한 주도로, 또 '민족공조'로 가능하다고 본 것은 착시현상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북지원정책이 남한의 강점인 경제력으로 북한의 강점인 군사력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강점인 군사우선주의 노선을 강화해주는 데 기여했다는 것. 손국장은 "대북정책은 남북간 대화와 협력이라는 '트랙 A'와 김정일 정권을 약화시키는 '트랙 B'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햇볕정책 이후 트랙 B가 약화되면서 도리어 트랙 A까지 약화시키는 결과를 자초했다"며 "트랙 A, B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향후 '대북정책 정상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대북지원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라면서 “한국정부는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 주민의 인권, 탈북자, 구조적 식량난 문제 등에 대해 당당히 정치적 결단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장은 "햇볕정책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말았다"며 “대북지원이 ‘퍼주기식’으로 바뀌면서, 북한은 ‘받으면서 큰소리치는’ 모습을,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은 북한과의 화해 제스처(북한방문, 고위지도층과의 회동 등)를 통해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송영선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자원과 동력으로 작용했다”면서 “대북관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고’, 국내 정치적 의도로 북한에 접근함으로써 ‘호혜적 상호공존’이 아닌 일방적으로 끌려다는 점에서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7월, 9월, 11월, 12월 등 총 6차례에 걸쳐 ▲북한의 개혁개방과 대북지원 ▲남북경협 평가 ▲신대북정책 모색 ▲북한인권개선 ▲신대북정책 주제별 제언 등의 내용으로 전략포럼을 계속 개최할 예정이다./김용훈기자 [다음은 토론회 발표 요지]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노무현 정부의 지난 4년 반 동안 대북 교류협력과 지원사업은 겉으로는 활발히 진행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원칙이 훼손되고 파행적으로 추진됨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에 실패했다. 첫째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와 온정주의적 배려는 북한 당국과 인민들로 하여금 남한과의 교류협력이나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을 왜곡 인식시킬 뿐만 아니라 잘못된 행태에 대한 교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둘째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물고기만을 줌으로써 북한 지도부나 간부 및 일반 주민들로 하여금 체제 개방과 정책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적극 추진하지 않아도 좋다는 그릇된 신호를 주고 말았다. 셋째 현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제한된 자원과 에너지를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뒷받침해 주었다. 결국 기로에 섰던 북한 정부는 진정한 개혁개방 정책 대신 내부적으로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동시에 선군정치에 의한 군사력 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을 주도할 엘리트들의 진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교류협력과 지원사업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이 북한 변화와 직접 연계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서 상호주의와 검증의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핵문제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북핵해결 우선주의를 내세울 경우 남북간 호혜협력과 공동번영은 북핵이 해결될 때까지 장기간 미룰 수밖에 없다. 북핵위기 하에서도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 등 남북협력사업을 지속․확대해 나가야 북한의 대남의존도를 높이고, 나아가 민족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는 관점에서 핵실험에도 두 사업은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남북화해협력정책은 정권을 초월한 대안 없는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평화번영정책 등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냉전시대의 남북관계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남북관계 담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맞게 국가정체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선진평화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를 확립해야 대외신인도를 높여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 =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군축협상 등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는 가운데 점진적 개혁개방으로 나가서 연착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개혁개방 형태로는 이상적이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의 경우 이상적인 형태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고 오히려 경착륙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다룰 때는 항상 ‘경착륙’의 경우를 개혁개방의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로 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 시기부터 ‘우리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데에 논의가 집중된 결과 정부 차원에서 경착륙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시작하면서 ‘햇볕정책은 남한이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대북정책은 결론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군사우선주의 노선을 전혀 약화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강화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 햇볕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은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면 김정일 정권의 개혁개방 유도를 우리 주도로 할 수 있다는 거대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장 = 햇볕정책은 적어도 3가지 면에서 실패한 그릇된 정책이다. 우선 북한의 핵개발은 김정일 정권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에 맞서 대미(對美)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햇볕정책이 너무 “정치화”되어버렸다. 본디 대북포용정책이란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대북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퍼주기식’ 지원으로 바뀌면서, 북한은 ‘받으면서 큰소리치는’ 모습을,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은 북한과의 화해제스처(북한방문, 고위지도층과의 회동 등)를 통해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셋째, 북한이 남북대화에 임하는 자세는 한국정부의 정책과 상관없이 한반도 주변 강국(특히 미국)과의 관계 및 북한 스스로 처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해왔음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설혹 우리의 '햇볕'이 북한정권을 서서히 녹일 수 있다손 치더라도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일분일초가 시급하다. ▲송영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 국민의 정부로부터 현 정부에 이르는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서 성장시킨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자원이며 동력으로 작용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천명하고 지난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오히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었고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미-북, 남-북, 북한-국제사회의 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개혁·개방으로 이끌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대북관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고’, 국내 정치적 의도로 북한에 접근함으로써 ‘호혜적 상호공존’이 아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대북정책이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대북 지원은 한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지원은 철저한 상호주의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은 남북화해 협력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명분이 서지만 북한의 돌발적인 정책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없다. 현재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정부의 북한 설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IAEA 사찰단의 방북과 관계없이 쌀을 지원한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은 국제정세와 북한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한 후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에 대한 지원과 병행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압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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