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송출 北노동자“간부 착취 못견뎌” 2000명 유랑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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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7-07-31 03:12 북한에서 러시아로 송출되는 노동자들 가운데 ‘작업장 이탈자’가 급증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최근 모스크바 주택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 10여 명을 접촉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지정한 작업장에서 탈출한 뒤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 곳곳을 떠도는 노동자가 최근 2000명을 넘어섰다. 3년 전 1000여 명의 두 배 규모다. 작업장 이탈 노동자는 스스로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북한에서 새로 들어온 인력의 시간 외 일감과 작업장에서 이탈한 인력의 일자리를 구해준다. 또 이들의 북한 송금길을 열어주는 등 ‘외화벌이 주력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송출 노동자를 감시하는 북한 보위부 요원들은 1990년대에는 작업장 이탈자를 적발할 경우 강제 송환했으나 최근에는 이들의 주거지를 알아도 묵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 착취 못 견뎌 이탈”=20일 오후 9시 작업장 이탈자 김진경(가명·45) 씨가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내부 공사를 끝내고 휴대전화로 ‘동무들’을 불렀다. 김 씨와 같은 처지의 북한 노동자 5명이 30분 만에 모여들었다. 한 병에 26루블(1000원)하는 러시아 맥주 세 병을 마시면서 피로를 푸는 자리였다. 김 씨는 “3년 전만 해도 모스크바에 서너 명이 나와 흩어져 지냈는데 이젠 시내에서 작업장 탈출 노동자 전체가 모일 만한 장소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지정한 작업장을 탈출한 사연은 한결같았다. 2년 전 러시아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왔다는 최기봉(가명·39) 씨는 “간부들이 물리는 ‘날로그’(러시아어로 세금이라는 뜻)가 원수”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같았다. 간부들에게 내야 할 돈이 너무 많아 작업장을 탈출했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는 상납금이 한 달에 200∼250달러였으나 올해에는 월 330∼500달러로 올라갔다는 것. 최 씨는 “3년간 조국을 위해 일했는데 돌아갈 때 남는 돈이 없다면 누가 더 사업소(북한 회사가 러시아 현지에서 운영하는 인력회사)에 남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22일 오전 다른 건설 현장에서 이강철(가명·46) 씨를 만나 얘기를 듣는 순간 그가 진짜 북한에서 왔는지 의심이 갔다. “고저 여기서 돈 벌어 갖구 조국에 보내는 것이 최고디, 그깐 김정일이 말 듣는 게 애국이간?” 그는 1992년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가 작업장을 탈출한 뒤 15년 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했다. ‘경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불안한 자유의 몸=작업장에서 탈출한 노동자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최근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노동자들은 ‘능라’ ‘군표’ 같은 북한 사업소(회사)에 소속된 뒤 여권과 비자를 사업소에 도착하자마자 보위부에 뺏긴다고 했다. 이런 사업소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빠져나오면 여권과 비자 등 서류가 없기 때문에 곧바로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 씨와 같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오광열(가명·47) 씨는 러시아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권과 비자를 암시장에서 사들였다며 “러시아 당국도 우리 같은 인력은 북한이 러시아에 진 외채를 갚는다고 보아 적극 단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가 최고=25일 오전 10시 아파트 내부 공사를 하던 이씨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 씨는 “사업소 노동자들이 간부들 몰래 밤에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아우성을 친다”고 전했다. 그는 “작업장 이탈자가 사업소 노동자의 일자리를 구해주는 젖줄”이라며 “간부들이 눈치채도 사업소 노동자가 500루블(약 2만 원)만 찔러 주면 다 해결된다”고 털어놓았다. 작업장 이탈 노동자들은 공사장에서 번 돈의 일부를 사업소 노동자가 귀국할 때 인편으로 북한으로 보낸다고 했다. 김 씨는 “돈을 많이 보내면 북한에서 빼앗기기 때문에 매년 500∼1000달러만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공사장 어딘가에 파묻어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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