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까운 이웃 탈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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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7-11-28 16:37 청소년소설 '리남행 비행기' 현윤경 기자 = 국내 거주하는 탈북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풍요와 자유를 찾아 생사를 넘나들며 남쪽으로 건너왔지만 탈북자 상당수는 남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좌절감을 느낀다. 남쪽 사람들은 대개 탈북자의 존재 자체에 무관심하고, 이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가하면 일부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탈북자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위험한' 이방인 취급을 하기도 한다. 북한을 탈출한 봉수네 가족이 중국과 태국을 거쳐 이남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고된 여정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청소년소설 '리남행 비행기'(푸른책들 펴냄)는 서정적인 문체로 탈북자들을 가까운 친구나 이웃처럼 느껴지게 하는 작품. 함경도 회령에 사는 열 다섯살 봉수네 가족은 봉수의 삼촌 은영도의 비극적 죽음을 계기로 탈북을 결심한다. 봉수는 아버지 은장도 씨의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 엄마, 여동생과 함께 한겨울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가까스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한다. 봉수의 가족은 조선족의 계략으로 중국인 인신매매단에 팔려가기도 하고, 북한 보안원에 쫓기기도 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지만 탈북자를 도와주는 한국인 김정옥 목사를 비롯한 여러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태국 국경에 다다른다. 그러나 그곳에서 봉수의 할아버지는 홀로 가족의 끼니를 구하러 나갔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다. 뒤돌아보지 말고 열심히 앞으로 걸어가라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에 나머지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국경을 넘는다. 태국에 도착한 가족들은 그곳에서 다시 만난 김 목사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남한행 비행기에 오른다. 김현화 작가는 봉수네 식구들이 온갖 역경 속에서도 인간애와 가족애를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서로 헌신적인 배려와 정을 나누며 웃고, 울고, 꿈꾸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탈북자들의 남한에서의 삶은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해 얻은 기회임을 일깨운다. 작가는 "1만명이 넘는 탈북자가 우리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고, 그 몇 배의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갈 날을 손꼽으며 중국 땅에 살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때살(살코기)', '때식(끼니)', '난날(생일)', '얼레달(조각달)', '별찌'(별똥별) 등 생소한 북한 말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5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 296쪽. 9천500원.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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