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여 이제 ‘北주민 신음’에 귀 기울여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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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8-05-01 14:38 [논설]美서 영화 '크로싱' 시사회…관객들 영화보고 '엉엉' 울어 차인표 주연, 김태균 감독의 영화 ‘크로싱’. 그 시사회가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백만장자의 첫사랑, 늑대의 유혹, 화산고로 이름이 알려진 김 감독의 영화가 미국에서 먼저 시사회를 갖게 된 것은 이 영화가 북한 주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북한자유주간’을 정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이 행사에서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크로싱’을 상영했다. 크로싱은 함경남도 축구 대표 선수였던 김용수(차인표)의 이야기다. 영양실조에 결핵을 앓고 있는 아내와 열 한 살짜리 아들을 북한에 남겨두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김용수. 고생 끝에 한국에 들어오지만, 북한에 남겨두고 온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줄거리는 간략하지만 북한 주민의 고통과 슬픔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주인공 김용수의 열한 살짜리 아들이 죽은 엄마가 실린 트럭을 따라 달리며, “우리 엄마 데려가지 말라”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훔쳤고, 김용수가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왜 예수는 남쪽에만 있는 겁니까?”하고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엉엉’ 소리를 내 울었다고 한다. 철저히 고립된 나라에서 굶주림에 헐벗고 폭력에 난자당하며 살아가는 여리고 약한 사람들의 맨 몸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커다란 화면 속에 북한 주민의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수령독재가 지배하는 땅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진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절망과 독재의 수렁 속에 빠진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보는 이들의 마음속을 파고들 것이다. 때론, 자신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 그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충동이 생길 것이다. 바로 예술의 힘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각색한 ‘러브 인 요덕(love in yoduk)’이 공연되고 있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이 각색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인 북한에서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그들은 또 누군가에게 북한 주민의 슬픈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공연을 보고, 탈북자 돕기 활동에 나설 수도 있고, 아예 북한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다. 북한인권단체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것은 10년 전쯤이었다. 그 때에는 북한인권운동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소수의 헌신적인 사람들의 노력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북한인권운동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세상에 생생하게 전하는 예술작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에너지를 지녔다. 역량 있는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나서준다면, 우리 사회에 북한 주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크로싱을 보고 사람들이 펑펑 울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이제 예술인들이 나설 차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이광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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