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된 '크로싱' 시사회 |
---|
조선일보 2008-05-29 03:33 한국 국민들이 북한인권과 탈북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그 실상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진실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수령 우상숭배가 극단적으로 이뤄지고 수용소가 생겨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의 북한 역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중국의 쓰촨(四川)성 대지진으로 인한 처참한 죽음들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세계는 그들을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과거 히틀러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그랬다. 연합군에 의해 그 실상이 하나 둘 드러나는데도 사람들은 너무 참혹해 믿을 수 없어했다. 중국의 대지진으로 사망한 숫자 이상으로 지금까지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북송된 사람들이 잔인한 지하감옥과 수용소에서 죽었다고 해도, 또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세상사람들은 그들에게 지금처럼 무관심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중국정부가 북한에 돌려보낸 탈북자는 대략 15만~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강제 북송 경험자들의 증언대로라면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북한의 각종 수용시설에서 영양실조와 강제노역으로 사망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태균 감독의 영화 '크로싱'이 정치인들과 많은 탈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가졌다. 무뚝뚝한 북한(탈북)남자들도 이날만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한 탈북 여성은 영화 시작부터 내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탈북자들의 눈물바다가 됐다. 영화를 감상하던 박근혜 전 대표도, 모든 참석자들도 함께 울었다. '크로싱'은 지금까지 북한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가운데 북한의 현실에 가장 근접한 영화로 탈북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주인공인 차인표씨의 북한 주민 연기는 탈북자들도 놀랄 정도로 완벽했다. '쉰들러 리스트'를 본 이후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크로싱'을 추천하고 싶다. "상업성을 떠나 북한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김태균 감독은 말했다. 진실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더 이상 북한의 현실을 몰라서 역사 앞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크로싱'이 보여준 북한의 현실은 내부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유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아버지를 찾아 탈북하려다 체포된 아들이 수감되는 국경지역 감옥은 북한에서는 가장 양호한 임시 수용소이기 때문이다. 내륙 깊숙한 곳,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만행들은 아우슈비츠처럼 두 눈으로 보지 못하면 절대로 인정하기 힘들다. 지금도 중국에서 많은 탈북자들이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당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한국행을 기도했거나 기독교를 접했다는 이유로 종신 수용소에 수감돼 학살당하고 있다. 한 핏줄을 나눈 우리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 형제의 비극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은 중국의 최고 지도자에게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단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때도 됐다. 강철환 정치부 기자 nkch@chosun.com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