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거만 끝나면 인민반장들 몸져 누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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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9-03-07 14:43 오전 11시면 선거장 한산…인민반장과 가창대만 분주해 3월 8일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 날이면 가장 부지런한 것은 소학교 3,4학년과 중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손에 꽃들을 쥐고 학교운동장이나 또는 지적된 선거장에 모인다. 그리고 교사의 지시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데 정해진 코스를 따라 30분가량 행진한다. 가창 행진이 끝나면 학급별로 맡겨진 선거로 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구호를 부르기도 한다. 이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사람들은 동 사무소에서 전업 주부들로 조직된 가창대인데 이들은 꽹과리와 북을 들고 동 인민반들을 한바퀴 돌면서 잠자는 주민들을 깨우며 일찍 투표소에 나가도록 깨우는 역할을 한다. 이들 덕분에 이날만큼은 휴식일 늦잠을 자고 싶어도 떠들썩한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전날에 인민반장이 아침 일찍이 선거장에 나와 분위기 조성에 발맞춰 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일찍 나가는 사람들은 가창대에 조직된 학생들과 전업주부들, 그리고 선거 분구(선거를 위해 인민위원회와 동 간부들로 조직됨)에 동원된 간부들뿐이다. 인민 반장들은 여러 가지 조직사업 때문에 항상 분주히 다녀야 하고 인민반원들에게도 잔소리를 많이 해야 하는데, 선거를 한번 치르고 나면 몸살로 앓아눕는 사람까지 생긴다. 일반 주민들은 선거날 말이 투표이지 누가 선출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언제 그런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며 또 알아봐야 별 도움되는 일도 없다. 어차피 무조건 찬성해야 하니 주민들은 선거장 입구에서 선거분구 성원이 주는 선거표를 받아 투표함에 넣는 것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던가 돈벌이에 나선다. 선거장은 직장 사무실이나 동사무소, 또는 학교 등에 마련되며 흰천으로 막을 치고 그 안에 들어가면 정면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걸려 있고 그 앞에 는 1미터 높이에 가로, 세로가 40㎝정도인 선거함(나무상자)이 놓여 있다. 선거장 입구에 들어가면 한쪽 옆에 책상을 놓고 거기서 선거분구 위원이 선거표를 준다. 선거표는 가로 6㎝, 세로 10㎝정도의 흰 종이인데, 한쪽 면은 깨끗하고 뒷면에는 상단에는 ‘선거표’라고 씌어져 있다. 그 밑에는 대의원 이름과 선거 분구가 밝혀져 있다. 그 표를 받아 쥐고 천막 입구에 서 있는 선거 위원의 앞을 지나쳐 선거장 안에 들어가 투표함에 선거표를 넣게 되는데, 누구를 투표하는지 관심조차 없는 주민들은 선거표에 적혀진 유권자 이름을 잘 읽어보지 조차 않은 채 그냥 선거함에 넣는다. 선거장 주변에는 담당 보위부와 보안서 사람들이 나와서 혹시 무슨 사고나 생기지 않을까하여 열심히 살피고 있다. 한편 마당에서는 확성기에서 울려 나오는 군중가요 곡에 맞추어 동원된 학생들이 군중무용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주민들도 함께 어울린다. 본래 선거 시간을 아침 6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진행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투표는 오전이면 다 끝난다. 이때 가장 활기를 찾는 사람은 노인들과 여성들이다. 이날은 평일에는 입지 않던 한복이나 제일 예쁜 옷들을 입고 나와 들뜬 기분으로 춤을 춘다. 날마다 얼굴이 까맣게 탈 정도로 먹고 사는 근심에 뛰어 다니던 여인들도 몇 시간 정도 근심걱정을 잊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면서 즐긴다. 그들은 결코 선거의 분위기 조성이나 대의원 선거에 대한 어떤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분위기가 올랐으니 이 김에 한번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에 춤을 추는 것이다. 그나마 점심시간 쯤 되면 다들 슬슬 빠져 가버리고 남는 사람들은 선거 분구 성원들이다. 빈 마당에 음악 소리만 울린다. 여름이면 그래도 웅기 종기 모여서 잡담이라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나 날씨가 추울 때는 춤추는 사람들도 얼마 없고 선거표를 넣기 바쁘게 눈치를 보면서 흩어져 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선거 결과는 그날 밤이면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발표되며 다음날 노동신문에서도 일제히 보도된다. 2003년 8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 했던 탈북자 정미란(가명. 41세) 씨는 “선거라 해도 아무 관심도 없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면 그날 70세가 넘은 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사망해서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면서 인민반장이 한숨을 쉬던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관희 기자(평남도 출신, 2008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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