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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들은 ‘최고인민회의’를 허수아비로 본다
Korea Republic of 관리자 510 2009-04-10 21:00:29
데일리NK 2009-04-09 11:56

[탈북기자 취재파일] 식량난 이후 주민 관심 '뚝'

오늘은 아침부터 주변 사람들이 기자에게 물어온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게 도대체 어떤 회의이고 또 이런 회의가 북한의 주민들의 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최고인민회의는 표면상 여기 국회와 같은 곳이지만 실제 김정일과 당의 방침을 관철하는 '결의대회'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크게 자랑할만한 것도 역사도 역할도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게 당연하다.

여기서는 국회의원을 제 손으로 뽑고 그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 정책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북한에는 그러한 자유가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북한의 유일사상과 이에 따른 각종 회의며 정책에 메여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회의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상 국가최고주권기관으로서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한민국의 국회에 해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볼 때 헌법상 더욱 강력한 권리가 부여돼 법조항 상으로는 한국의 '국회'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1년에 1, 2회 열리며 예 · 결산 심의 의결, 내각 등 주요 기관 선출, 법안 및 당면 의제 심의 확정 등이 주요 기능이다. 휴회 중에는 상임위원회가 기능을 대신하며 각 지방에는 행정단위별로 지방인민회의가 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를 하는 날이라고 하여 국가적인 행사나 주민들에게 명절 공급 같은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TV와 방송, 신문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 개최와 진행, 토의 결정 사항들을 알려주는 것에 그친다.

또한 공장 기업소나 해당 단위들에서 아침 조회시간을 통해 오늘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날이니 모두들 더 잘해야 한다는 간부들의 교양이 있을 뿐이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명목상 국가 최고 기관으로 허울 좋은 간판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정치, 경제,군사 등 모든 면에서 집행권은 오직 김정일 한사람에게만 부여되여 있어 국가의 최고주권기관으로서의 최고인민회의는 명색뿐이고 실제는 김정일과 노동당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통제하고 조율하면서 국가를 운영하고 국가적인 모든 문제들을 처리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북한에서도 김정일이 국가의 모든 실권을 쥐기전까지는 그래도 국가의 모든 정책들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토의 결정되고 그 집행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실행되어 왔었다.

그러나 김정일이 국가 권력을 쥐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의 정책과 방향을 토론하고 결정하던 회의 권한은 모두 상실해버렸다. 오직 김정일이 결정한 방침을 추인하는 허수아비 기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최고인민회의 선거도 그랬지만 대의원 회의 역시 아무런 의의도 가지지 않는다.

‘고난의 행군’이전시기 북한에서는 일반적인 노동자, 농민들 심지어 집에서 살림만 하는 가정부인(전업주부)들 까지도 이 회의에 관심을 가졌었고 여기에서 나오는 결정사항을 보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가졌었다.

대의원회의가 진행되는 시기면 그래도 직장이나 가정들에서 친구들끼리 또는 가족들끼리 이번 대의원회의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논의되고 채택됐다는 등의 최소한의 관심들이라도 가져 주었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경제 폐쇄, 선군 정치 등을 겪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부의 정치적 선전에 무심해지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관심조차 표명하지 않는다. 결정사항도 형식적인 데다 국가 배급이나 인민생활 개선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일에게 붙어 아부하며 살길을 찾는 일부 권력층들도 최고인민대의원회의 토의 결정 내용같은 것은 아무 관심도 갖지 않는다. 사실 대외용이자 명분용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오늘날 어렵고 고달픈 삶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에게 그 어떤 실질적인 생활 보장도 해줄 수 없는 유명무실한 최고인민회의에 대한 어떤 미련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유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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