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지하철, 빈곤을 싣고 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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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지하철 풍경들.. 40년 역사에 노선은 단 세 개 노선이 단 세 개뿐인 최근 평양 지하철 노선도 사진이 입수되었다. 지난 2007년 7월 평양을 방문한 한 외국인 관광객에 의해 촬영된 이 사진은 평양 지하철의 운행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74년 8월 15일보다 1년 앞선 73년 9월 5일 평양 지하철을 개통하고 첫 운행을 시작했으나 40년 가까이 지난 오늘 날에는 노선이 10개로 늘어난 서울과는 달리 초라한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총연장 34km의 평양 지하철은 남북으로 연결된 천리마선(12km)과 동서로 연결된 혁신선(20km), 그리고 천리마선의 연장선인 만경대선(2km)에 총 17개의 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00~120m 깊이에서 달리는 탓에 지하철을 한 번 타려면 면 수백m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수고를 감안해야만 하는 평양 지하철은 역사(驛舍) 전체가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꾸며지고 혁명을 상징하는 벽화와 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300만 주민들의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름다움을 뽐내며 ‘지하 궁전’ 혹은 ‘지하 평양’이라 불리는 평양 지하철은 때문에 외국인들의 고정 관광코스가 되어 있으며, 관광객들은 당국의 감독 아래 특히 화려하게 꾸며진 부흥-영광역 구간을 타게 된다. 평양 지하철의 역할은 비단 관광 상품뿐만이 아니다. 승강장 입구는 60~80t에 이르는 아연 재질의 육중한 문이 설치되어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지하철 전체가 도심 지하의 군사 시설들과 연결되어 유사시 초대형 벙커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평양 지하철은 본연의 임무인 운수(運輸)에서는 거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전력난 탓에 평양 지하철은 주민들의 통근용으로 평일 아침과 저녁에만 정상 운행하고 있고 그나마 정전으로 인한 열차의 운행 중 정지 사고도 빈번하며, 일각에서는 아예 관광객의 방문 시간을 제외한 평상시에는 정상 운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초 개통 이후 3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평양 지하철은 오늘 날 북한의 혹독한 선군정치를, 그리고 남북의 극심한 경제력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아 있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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