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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의 진실을 북한에서 보다.
주성하기자 2009-06-15 00:14:49 원문보기 관리자 613 2009-06-22 21:22:28
또 6.15가 다가왔다. 9년째, 날짜로는 3285일이 지났다.

북한에선 이날을 별로 기념도 하지 않는데 남한에선 이날에 특별히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긴 ‘6.15공동선언실천연대’와 같이 단체 이름에 6.15를 박은 사람들에게야 아주 대단한 날인 것이 분명하다.

유감스럽게도 남측 정부가 북한에 해주기로 한 명세서를 펼쳐놓고, 이건 했고 이건 못하고 하면서 열심히 총화해보지만 북한에 대고 ‘당신들이 뭘 안하고 있으니 이건 해라’하고 요구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6.15공동선언이행 서울 주재 북측 감시단’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6.15에 나는 북한에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온다면서 TV를 하루 종일 방영했다. 이날은 목요일이라 원래 TV가 오후 3시부터 시작돼야 했는데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아침 9시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을 떠나는 것부터 방영됐다. 김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성명을 낭독하는 장면도 방영됐고 거리에서 환영하는 시민들의 모습 등 서울시내 거리 몇몇 구간이 비춰졌다.

물론 서울 시내가 발전됐음을 보여주는 대형 건물 같은 것은 비쳐지지 않고 경복궁 울타리처럼 보여줘도 문제가 없는 구간들이 나온 것이다. 남한의 KBS 등에서 방영된 것을 편집해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나는 남한 사람들의 옷차림과 건강한 얼굴색, 자발적 환영인파인지 동원된 환영인파인지 등을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김포공항인가에서 비행기가 떠나는 장면이 있고 한 시간 뒤에 순안공항에서 두 김이 만나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 장면을 보면서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통일이 가까이에 왔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나는 개별적으로 별 감동이 없었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궁금은 했지만 저런 만남으로 통일이 오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나는 북한 체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가보다. 공산주의자들이 아니-북한은 공산주의라고 불러주면 너무나 환상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니깐-김정일 왕조 신하들의 머리 속에는 통일이란 단어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들은 남한을 공짜로 가지라고 해도 마다할 인간들이다. 거짓선전과 세뇌, 정보통제, 파쇼독재로 유지해온 체제는 그것이 없어지면 유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통치세력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저렇게도 외부의 밝은 빛을 막으려고 온갖 발악을 다 하는 것이다.

솔직히 적화통일이 돼 북한군을 남한을 지배하라고 내려 보내면 그 순간부터 군인들은 자기들이 지금껏 속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위의 지시를 듣지 않을 것이다. 잘 먹어 키가 쭉쭉 큰 남한 사람들 앞에서 먹지 못해 난쟁이가 돼 버린 군인들이 누구를 원망하게 될 것인가.

아무튼 당시에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셀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굶어죽었고 가동되는 공장도 거의 없었다. 체제가 붕괴될 위험성은 항시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통일은 싫다고 해도 남한을 이용해먹는 것까지 마다할 리가 없는 것이다.

저들이 6.15 회담탁에 나온 것은 바로 그런 목적 때문이었다. 김정일에게 6.15는 5억 달러로 요약될 수 있다. 평화주의자 이미지도 보이고 북한의 입장에서 거액인 5억 달러라는 돈도 얻었으니 이런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 5억 달러를 준다고 하면 김정일은 또 정상회담장에 나온다. 밑질 일이 전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니 개인적으로는 손해 볼 일이 아니다. 6.15는 두 통치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세계인들 앞에서 두 손을 버쩍 드는 순간까지도 서로 동상이몽을 했을 것이다.

그런 ‘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통치자들끼리 이익만 맞으면 언제든지 또다시 벌일 수 있는 쇼일 뿐이다. 감동받는 국민들만 불쌍하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니 민족이니 공동번영이니 말은 번지르르 해도 사실 북한에게 남한은 다만 ‘호구’인 셈이다. 김 씨 왕조가 숨쉴 수 있는 활동자금을 마련해주는, 잘살지만 배짱이 없는 부잣집 아들인 셈이다.

남한을 호구로 보는 태도는 지금도 이어진다. 개성공단을 보면 알 수 있다. 5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한다. 저들 눈에는 ‘남한=돈’이다.

남한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돈을 주어서 김정일이 죽을 때까지 한 10년 상황관리를 하던지 아니면 굴하지 않고 버티는 길이 있다. 돈을 주면서 10년쯤 버티려면 한 몇 십억 달러 그러니깐 수 조원쯤 들게 될 것이다. 안주면 또 북한이라는 조폭에게 다구리 당하면서 역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어느 쪽 손해가 더 클지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를 것이다.

자존심을 중시하는 사람은 손해가 더 커도 후자를 선택할 것이고, 그냥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끄러워, 그냥 돈 좀 줘버려’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남한 정부가 자존심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면 힘들어진다. 김정일 왕조의 인질은 남한만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인질이다.

북한의 행동이 깡패처럼 마구잡이로 나가도 사실 다 고도로 계산된 행동들이다. 깡패라고 머리 나쁘다고 보면 안 된다. 몇 수씩 내다보고 계산한다. 한국 정부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자신들이 받아낼 수 있는 한계 등을 면밀히 따져본다.

한국의 통일부 장관은 신부를 하다가, 학자를 하다가, 교수를 하다가 그냥 장관이 된다. 그런데 북한은 남북 회담탁쯤에 나오려면 몇 십 년을 남북관련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야 한다. 그러니 몇 년 전에 회담에서 북한이 신부님이라면서 통일부 장관 무시하는 일도 생겼다.

통일부에서 수십 년 동안 남북관련 일을 하는 공무원들도 있기는 하다. 그나마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그러나 북한에서 대남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북한 최고의 수재들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남한에서 공무원은 최고의 직업이 아니지만 북한에서 대남일꾼은 최고 중의 최고를 엄선해 선발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남북 회담탁에 앉아서도 저들의 머리 속은 우월감과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하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김정일부터도 자기가 북한의 2인자로 있을 때 한국에서 고작 사원으로, 또는 굴속에서 머리 싸매고 고시공부를 하고 있었던 사람을 동등한 파트너라고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과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저들은 최고의 수재들이 앉아서 남한의 패를 다 보고 전략을 편다. 이를 테면 남한의 여론은 어떻고, 이번 회담에선 어떤 제안을 할 것이며 저번 회담에 대한 남한 사회의 반응은 어쨌다는 것을 다 아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저들의 패를 볼 수가 없다. 주민여론도 필요가 없는 국가이니 김정일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게 문제인데 그걸 전혀 알 수 없으니 회담에서 수를 내다보기 힘들다. 이럴수록 북한의 심리를 엿보는 능력이 점점 더 필요한 것이다.

쓰다보니 또 길어진다. 아무튼 이제 6.15가 매년 되풀이 될수록 남한에선 북한에 그나마 걸던 기대들이 날아나게 될 것이다. 북한은 남한을 호구로 생각하는데, 그 호구들이 6.15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하자고 집회를 하면 북한이야 흐뭇할 것이다. 열심히 호구하자고 다짐하는 것으로 보일 테니깐...우리의 필요 때문에 호구가 되더라도 부끄러우니 조용히 있으면 안 될까 싶다.

9년 전 그날 6.15에 두 정상이 포옹하는 것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흥도 기대도 없었던 나. 그때 나는 정확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김정일이 죽기 전에는 통일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우리가 준비를 하는 것은 지금부터 할 수 있지만...

그리고 6.15 바로 직후 나는 두만강을 넘었다. 며칠 만에 내 머리 속에서는 이미 6.15라는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잊지 않고 9년째 기념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한 이유다.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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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두련 ip1 2012-06-09 15:30:00
    진보의가면을쓴종북의무리들로부터,대한민국을.힘모아.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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