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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당신이 美國대통령이면 어떡하겠나?"
동지회 583 2005-06-15 10:02:59
부시 "당신이 美國대통령이면 어떡하겠나?"


본사 강철환 기자 '부시와의 대화' 40분
5월 한·미 세미나때 "만나고 싶다" 언질
부시 "북한 얘기 들려달라"… 체니도 합석

지난 4월쯤 알고 지내던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목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강철환씨, 부시 대통령이 당신 책을 읽었다고 하네요.

아마 언젠가는 저자를 만나자고 할지도 모르겠다”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설마 그럴까” 생각했다.

한달 뒤 조선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했을 때 미국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뜸 “부시 대통령이 당신의 책을 읽었으며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진짜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때는 초청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백악관측이 나를 초청하려 했으나, 이미 세미나를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탄 뒤여서 불발이 됐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북한 주민이 무슨 죄… 굶주린 아이들 불쌍
한국인들 왜 북한 인권에 분노않는가?" 반문

국 직후 백악관으로부터 공식 초청의사가 날아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미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만나게 될 경우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또 짧은 시간에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13일 오후 2시 보좌관들의 안내를 받아 백악관에 들어가 2시 20분에 ‘오벌 오피스’로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됐다. 그 자리에 있던 한 보좌관은 “강철환씨의 약력을 대통령께 보고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틀린 것을 바로잡아주었다”며 웃었다.

그는 “대통령께서 책을 너무 자세히 읽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나를 알아보고 “당신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고 나는 “초대해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나의 책을 들고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사진촬영 후 소파 앞쪽에 마주보고 놓여진 의자에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 국장 등 4~5명의 보좌관들은 소파에 앉았다.

긴장이 돼 어떤 질문을 받을지,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를 생각하며 굳어져 있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편하게 말을 걸어왔다. 부시 대통령은 “책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다.

한번 꼭 만나보고 싶었다. 진솔한 북한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당신을 불렀다”고 말했다. 10분 쯤 지나자 딕 체니 부통령도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악수로 인사를 나누었다. 대통령은 배석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하듯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다 읽었다” “반쯤 읽었다” “읽겠다”는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는 쉽게 진행됐다. 그는 예상보다 북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 북한 실상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상당히 신앙심이 깊고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북한 인권실태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대통령의 첫 질문은 “만약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질문을 맨 앞에 한 것이었는데, 첫 질문을 받고 사실 놀랐다. 북한 고위층 출신의 여러 탈북자들을 만나 나누었던 의견과 내 생각을 이야기 했다.

“내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우선 어렵겠지만 중국을 설득해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고, 두번째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수용소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핵문제는 이 두 문제가 풀린 이후 해결하겠다”.

이렇게 대답한 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핵은 국제관계속에서 중요한 문제지만 북한주민의 입장에선 핵보다 인권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감한다”며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겠고 그러기 위해 이런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주변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인상깊었던 것은 부시대통령이 북한 주민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때였다.

그는 “북한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굶주림으로 고통을 겪을 임산부들과 어린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문제는 결부시키지 않고 있으며, 그래서 북한에 많은 쌀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민들이 북한의 이런 실상에 대해 아는가? 왜 인권유린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40분 가량의 대화 도중 부시대통령은 북한 체제와 지도자를 북한 주민들과 분리해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연민과 동정심, 그리고 인도적 지원 의사를 강하게 갖고 있는 반면,북한 정권과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예전처럼 변함없이 확고하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함을 언뜻언뜻 감지할 수 있었다.

면담이 끝날 무렵 부시대통령은 책에 소개돼 있는 나의 가족에 관심을 보이면서 “누가 아직 북한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또 내 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보고 “결혼은 했는가?”라고 물었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고 대답하자 “태어날 아기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부시 대통령은 ‘정의’와 ‘신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고, 다시 한번 북한의 실상을 알린 나의 용기를 격려했다. 그는 “모든 미국민들이 이 책을 읽어 북한의 실상을 알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집무실을 떠나기 전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책을 다시 들고와 사인을 요청했다. 나는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대통령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함께 사진을 찍고 “또 만나기를 기대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는 북한인권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준 것 만으로도 수용소에 갇혀있는 20만 정치범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고 믿는다.

내가 대한민국에 망명해 이루고자 했던, 수용소 실상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 것을 가장 기쁘게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서 수용소에 갇혀 이름도 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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