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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이 건네준 달러까지…지나친 북한의 탐욕
주성하기자 2009-09-28 14:26:54 원문보기 관리자 1888 2009-09-30 02:13:34
북한에 있을 때 알고 있던 분 중 한명은 형이 남한에 있었습니다.

그 분의 꿈은 늘 형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전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언젠가 형이 남한에서 큰 기업을 하고 잘 산다는 소리를 얻어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그냥 공무원으로 은퇴한 것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그때부터 이 분은 늘 고무돼 살았습니다.

“우리 형이 잘 사는 사람이니 꼭 날 만나겠다고 우리 정부에 신청할 거야. 형이 힘이 있으니 언젠가는 노동당에서 날 찾을 것이야...”

그런데 형을 만났다고 해도 벗어던질 수 없는 한 가지 걱정거리가 이 분에게 있었습니다.

“형을 만나면 돈을 좀 달라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하지... 상봉하는 곳은 온통 도청되고 감시되는데 돈 달라고 말할 짬이 있을까...”

저랑 만나면 돈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달라고 조릅니다.

“형에게 공화국에 투자 좀 하라고 할까. 그러면 도청당해도 괜찮겠지...아니야...형하고 만나서 슬그머니 손에다 ‘돈’ 이라고 쓰는 거야...우리 형은 사업하는 사람이니 제꺽 눈치 챌 거야... 근데 손에다 쓸 짬이 있을까...”

아무튼 혼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엄청 고민이 많습니다. 10년 넘게 고민합니다. 결국 그가 찾은 해답은 이것입니다.

“헤어질 때 악수는 할 것 아니야...그때 형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돈이라고 적는 거야...”

그런데 "형이 과연 눈치 챌까"는 문제가 여전히 걸립니다.

"형이 꼭 눈치채야 할 터인데..."

지금까지 그 분은 형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북한에서 형을 만나면 어떻게 돈을 달라고 할지 연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벌어지면 북한의 가족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거리 중 하나는 남한의 가족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 지 여부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좀 받으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오가는 선물과 돈의 액수를 남북의 합의로 500달러로 제한한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김대중 정권 시절에 북한이 제안했고 남한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더 주고 싶어도 못줍니다.

그런데 500달러를 주면 북한 당국에서 떼먹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하지 않기도 난처한 대답입니다. 분명 달러는 북한 당국에 가는데 떼먹는다고 하기는 애매하고...

체험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자로 선발되면 평양에 올라와 한 보름동안 합숙을 합니다. 농촌에서 고생 많이 한 사람들을 갑자기 내세울 수 없으니 북한 당국이 한 보름동안 집중적으로 ‘광’을 내는 거죠.

좋은 숙소에서 머물면서 평양 시내를 구경시키고 얼굴 미용과 마사지, 머리 미용도 받습니다.

3~4일 정도는 상봉 행사와 관련된 집중 교육을 받습니다. 돌발 질문에 대답하는 요령, 대화를 어떤 흐름으로 가져가야 하는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가, 남측 가족들에게 공화국이 좋고 장군님이 위대하다는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등등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단체로 옷도 해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똑같은 양복과 똑같은 저고리를 입고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요즘엔 외신에도 보도돼 부끄러운 것이 느껴지는지 저고리는 색깔이 다르더군요.

그리고 노동당에서 일괄적으로 남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가방에 담아 줍니다. 저번에 보니 소형 동양화 액자와 영광 담배 20갑, 북한산 보드카 2병, 인삼곡주 2병이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면 그때부터 정산에 들어갑니다. 우선 남측 가족에게 받은 선물을 검열해 사진에서 남측 풍경이 많이 나오면 빼앗습니다. 그리고 도서, CD, 테이프 등도 압수합니다.

그리고 받은 돈 중에서 평양에 머물던 숙박비, 마사지비, 양복비, 선물비 등을 달러로 환산해 떼어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떼어내면 500달러를 받아도 본인 수중에 한 200달러 정도만이 남는다고 합니다. 물론 남한에서 돈을 못 받았으면 떼어내지도 않지요.

북한 당국이 돈을 강제로 몽땅 빼앗지 않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300달러를 떼는 것도 북한 당국은 경비를 계산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겠지만, 솔직히 누가 좋은 숙소에서 머물며 평양 관광시켜달라 했습니까, 아니면 교육 받겠다고 했습니까. 정말 60년 만에 만난 혈육에게서 처음 받아온 사랑까지 뭉청 떼가다니 그 탐욕 정말 너무합니다.

솔직히 북한 당국이 다 자기들 체제가 살만하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광'도 내고 옷도 해입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들의 필요에 의해 한 것이면서 그 경비를 이산가족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교묘한 빼앗기라고 봅니다. 이산가족의 수중에 남은 200달러 정도면 요즘 북한에서 거액이 아닙니다. 중산층 4인 가족이 한 반년 먹고 살 수 있는 돈입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산가족 상봉은 현행 남북간 현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산가족 상봉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300달러를 북한 당국이 각종 명목으로 빼앗아 낸다면, 우리 정부에서 숙박비나 양복비 등으로 300달러 대줄 테니 대신 이산가족의 돈은 좀 빼앗지 말라고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쓸데 없는 대북지원, 이를테면 김일성대 도서관 현대화 사업 같은데 세금 9억이나 대주지 말고 말입니다. 9억이면 2000~3000명의 이산가족에게 300달러씩 보충해줄 수 있는 금액이네요.

제가 이산가족에게 드리고 싶은 권고는 일단 만나서 500달러는 주시되 가장 중요하게는 북측 주소를 꼭 확보하십사 하는 것입니다. 북한 주소만 알면 돈은 중국을 통해서 몇 만 달러라도 얼마든지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중국에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신용도도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도 너무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이산가족 몇 분에게 이런 선을 연결해주어 북한 혈육에게 돈이 가게끔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만 한번도 사고가 난 적은 없었습니다.

요즘엔 북한에서 남쪽에서 이산가족 찾았다면 ‘저 집 부자가 됐군’하고 수군거립니다. 물론 상봉한 뒤에 중국을 통한 비밀거래가 많기 때문에 그걸 다 감안하고 하는 소리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돈을 받아도 주위 시선을 의식해 눈치껏 잘 쓰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솔직한 말로 제가 이산가족이라면 당국의 감시를 다 받으면서 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지는 않겠습니다. 약간의 위험부담은 있지만 조용히 중국으로 불러내다 만나면 한 보름 실컷 만나 이야기도 하고 돈도 주고 싶은 대로 주어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 가족 입장에서도 주변의 누구도 한국과 연락이 된 줄 모르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죠.

이런 것이 관계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불법도 아닌 줄 압니다. 중국에서 만난다고 정부에 신청하면 이산가족 상봉지원비인가 하는 명목으로 돈까지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좀 아는 남측 이산가족들은 다 중국을 통한 상봉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도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이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그렇지 않고 남과 북의 정부가 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요.

하지만 이산가족이라고 누구나 북측 혈육을 만나고 싶어 하진 않아 보입니다.

이 글의 앞부분에 썼던 남한 형은 북한 동생에게 돈을 보내주는 것이 부담스러워 만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본인은 큰 집에서 중산층 이상으로 살면서, 자식들이 의사에 연구원에 다 잘나가면서도 수 백 만 원이 아까워 “이왕 모르고 살아온 동생인데 이제 다 죽기 전에 만나 뭐하겠냐. 앞으로 동생 가족이 계속 손을 내미는 것을 감수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줄 모르고 북한의 동생은 하염없이 형만 기다립니다. “형에게서 2000달러만 받아도 그걸 장사밑천 삼으면 우리 가족이 다른 삶을 살 것인데...”하는 생각을 품고... 언젠가 형을 만나서 신세가 확 달라질 날이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도 북녘 동생은 가난 속에서 돈을 어떻게 달라고 할까 하는 장미빛 꿈을 꾸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우리가 TV에서 보는 눈물나는 상봉 장면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눈물 뒤에는 다 각자의 말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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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인 2009-09-30 13:32:43
    주성하 기자님 정말 글을 잘 올렸습니다. 가슴이 아픔니다. 저도 북한에있을때 어머니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고 늘 듣고 정말 팔자를 고쳤다고 고대하고 언젠가는 연락이 되면 잘 살게 될거라고 마음의 위안을 가지면서 즐거워한 기억이 남니다.그런데 남한에 와서 찾아가 만나니 오산이 였습니다.반가와도 안하고 두려움과 돈 달라할가봐 외면하는것을 보았습니다.결국 어머니는 내가 돈을 벌어모셔왔습니다.북한 살람들이 생각하는 혈육과남한은 좀 거리가 있는듯 합니다. 그 북한에 있는 사람도 남한에 있는 형에게 어떻게 돈을 달라고 할가연구하며 언젠가는 만나 도움을 받아 팔자를 고친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그분은 그 희마의 정신적 줄을 놓으면 절망일 것입니다.남한에 사시는 이산가족분들도 여기에 가족이 있으니 도우려는 마음은 있은나 눈치를 많이 보는것 같습니다.북한이 어려운것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천달라 정도는 주는지 알았는데 500달라에서 300달라제하고 200달라만 준다니 강도가 따로 없네요.에이 못쓸놈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더러운놈들.도와는 못줄망정 준돈을 빼았다니 .북한은 개인이 잘 사는것을 바라지 않습니다.당도 안아무인이라고...답답하고 눈물만 납니다.불쌍한 우리 동포들이여!제발 어떤수를 써서라도 오래 살아야 합니다.그래야 남한과 같은 좋은 세상도 있다는것도 알고 하지요.그날은 멀지 않았습니다.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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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님 2009-09-30 13:48:10
    원문기자님, 예술인님// 기사와 댓글 잘 보았습니다.

    입에 담기조차 거시기한 가슴아픈 현실입니다.
    어제 저녁 집에 적십자(저는 무슨 단체인지도 잘 알지를 못하는데)라고 하는데서 왔다 가는데...
    추석 고향생각 마음 아프시겠다며 많은 먹거리와 선물을 하고 갑니다.
    함께 온 나이 지긋한 신사분이 용기를 내라고 하는 말씀에 제가 그만 목이 메어서 묵묵히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 분의 말씀 너무 고마워 잊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백성 살릴 생각은 뒤전이고 저들의 이익만 챙기자고 하는 고약한 사람들의 종말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살아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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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길 2009-10-01 02:59:13
    발문도 댓글도 눈팅해본 글 중 정말 도움이 되고 느끼는 것이 많은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데, 북한 사람들은 처음엔 거의 표정이 없거나 울지 않을려고 하더군요.

    일반적으로 나중에 개인면담이 끝나서야 감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교육받아서인가요? 가령 남한 사람들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 눈물이 많으니, 장군임의 전사들인 우리 인민은 눈물 따위는 흘리지 말고 너그럽게 남한 인민들을 대범하게 구슬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전 그게 많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예일대 교수로 가 계시는 김현식 교수님인가??? 하여간 그분 수기에 북한 여성들 생리대가 없어 정말 고생이 말이 아니라고 하던데,상봉 때 여자분들은 생리대 등을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분은 생리대를 선물했더니 빨아 쓰고는 형편없는 선물을 했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정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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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글 2009-10-01 22:07:43
    이산가족들에게 빚을 진 국가 도리어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네요
    이산가족상봉뉴스를 보면서 참 세상에서 조선사람들만큼 불쌍한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이 많이 슬펏는데 그 뒤에 이런 일이 있다니 참 분노가 치밀어 진정할수가 없네요 돈을 어떻게 달라고 할까 그것에 희망을 걸고 사는 사람들... 북에 두고 온 가족들도 이런 희망을 가지고 만나는 날까지 끗끗이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주성하기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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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2009-10-07 12:00:35
    넘 멋진글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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