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뒤, 북쪽 가족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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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相逢·9월 26일~10월 1일)에 참가하는 것은 대단한 특혜다. 그렇지만 남쪽 가족과 접촉한 게 나중에 체제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북한 체제가 불신하는 계층은 상봉에서 제외된다. 대남(對南)공작부서 출신의 탈북자는 "이산가족 상봉은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관장한다"고 했다. 통일전선부는 상봉 신청을 받은 뒤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성(경찰)을 통해 신분 조사를 벌인다. 선정 기준은 '정치성'과 '선전성'이다.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경우 정치적 가치가 인정된다. 이들이 포함되면 남측에서 제기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문제를 무마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전성'이란 북한에서 출세했거나 김정일 정권으로부터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가족을 말한다. 그래야 남측 가족을 만났을 때 김정일의 위대성을 진심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봉자로 선택되면 1~3개월간 통일선전부에서 교육을 받는다. 북한은 초기에는 의류 등 모든 비용을 부담했지만 지금은 개인이 낸다. 상봉 후 선물은 돌려주지만 현금은 은행에 입금해 한 달에 100달러씩 쓰도록 한다.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전쟁 때 사라진 가족을 '전사자(戰死者)'로 둔갑시킨 계층들이다. 북한에서 전사자 가족은 출세길이 열리는데 갑자기 상봉 신청이 들어오면 '이력 기만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 경우 간부직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상봉도 불가능해진다. 북한 전 축구팀 감독 윤명찬씨도 바로 이런 경우 때문에 한국에 망명한 케이스다. 그는 원래 월남한 아버지를 전쟁 때 폭격으로 사망한 것처럼 등록했다. 그런데 남측의 아버지가 생존해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력 기만죄'에 걸리게 돼 결국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북한에서 이력 기만죄는 수용소에 갈 수도 있는 큰 죄에 해당한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북한에는 '한라산 줄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북에서 핵심은 '백두산 줄기'(항일빨치산 및 전쟁참가자)다. '후지산 줄기'(재일북송교포)는 일본에서 오는 송금 때문에 부유해진 계층을 말한다. 월남자 가족은 북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면서 후지산 줄기는 대개 몰락했지만 남에 친척을 둔 월남자 가족들이 새로이 부상했다. 그렇지만 남측 가족과 한번 상봉한 가족은 그 순간부터 지역 보위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 중국 등을 통한 비선(秘線) 상봉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북의 적대계급이 남에서 돈을 받아 부유해지는 걸 체제 존망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궁핍한 보위부 요원들은 남측에서 흘러오는 달러에 더 관심이 많아 불법 접촉을 해도 돈만 내면 눈감아주면서 상부상조하고 있다. 강철환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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