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학생들 “우리 ‘영어 샘’은 美교환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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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통만사’ 마련 새터민 영어수업 캘리포니아대학서 온 4명 참여 “음… 예스. 아이 노 댓 투(Yes. I know that, too.)” 10일 오후 6시 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경찰서 2층 소회의실. 경찰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졌다. 머리카락 색깔이 저마다 다른 8명의 외국인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 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의 맞은편에 앉은 한국 학생 7명의 나이나 표정, 실력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유창한 발음으로 자신 있게 외국인과 대화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더듬거리며 ‘보디랭귀지’를 시도하는 학생도 있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중 4명은 연세대 교환학생으로 온 미국 캘리포니아대 학생들이다. 귀를 쫑긋하며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대학생들, 미국인 교환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반부터 8시까지 한 시간 반 동안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발음교실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인 교환학생이 새터민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곳은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 이 단체는 지난해 8월부터 서대문경찰서와 ‘북한이탈주민 교육프로그램 지원’ 협약을 맺고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영어수업을 진행해 왔다. 새터민의 경우 탈북 이후 제3국을 떠돌아다니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필수과목인 영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 처음에는 한국에서 18년 동안 살며 작가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캔들 씨(42)가 수업을 맡았다. 그는 자원봉사를 하는 외국인 강사와 함께 20대 중후반 새터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2월부터는 서대문경찰서와 캘리포니아대 교환학생 인솔교사가 협조해 연세대에 있는 교환학생들이 새터민의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루디 알라미요 씨(21·정치사회학과 3학년)는 “한국에 온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오늘 수업에 처음 참가했다”며 “전공 때문에 남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북한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케빈 강 씨(23)는 재미동포 2세로 한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한국으로 왔다. 그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영어를 잘한다. 준비해온 교재보다 수준이 높은 영어를 하기에 놀랐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승우 성통만사 사무국장(30·여)은 “탈북자 한 명당 교환학생 한 명이 전담으로 맡아 일대일 강의로 진행하며 영어 회화 수업을 하게 돼 질 높은 수업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최인화(가명·26·여) 씨는 “외국인들과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반갑다”며 “특히 미국 대학생들이라 고급영어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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