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北에선 `고향 그립다'도 말 못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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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송환 대비해 납북 부모 자녀 30여명 DNA 채취 납북자 자녀로 살다가 탈북한 장귀화(가명.50.여)씨는 7일 "납북자는 북한에서 고향이 그립다는 얘기도 못 한다"며 북한 실상을 고발했다. 장씨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6·25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행사에서 강화도 출신의 아버지가 19살 때 납북된 이후 겪은 비참한 생활상을 털어놨다. 2만여 명의 탈북자 가운데 민간인 납북자 자식으로는 처음 월남했다는 장씨는 "아버지가 7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고향 얘기도 못 하셨던 걸 보면 북한에서는 인권이 땅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다"고 분노했다. 장씨 아버지의 이름은 협의회가 소장한 전시납북자 명단에 수록돼 있다. 작년 2월 부친을 여읜 장씨는 "아버지가 몸이 아파 출근 못하면 보위부 지도원이 감시하고 거짓말로 아프지 않으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또 사흘에 한 번 보위부에 가서 그간 어떤 일을 했나 적어내야 하는 등 고통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남한 분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다. 지하에 들어가셔도 억울함을 못 참을 것이다.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해 돌아가셔도 한을 못 버리실 것이다"고 흐느꼈다. 북한 주민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개인 의사를 함부로 표시했다가 잔인할 정도로 탄압받는다고도 했다. 장씨는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말 한마디 잘못해도 죽는다. 낙서 하나 해도 그렇다. 동생도 낙서했다는 이유로 죽도록 맞고 몇 달 만에 나왔고, 국군포로 자녀는 감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 아픈 비극을 안고 돌아가신 귀중한 분들을 위해 저희 목소리를 합칠 수 있다면 합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씨의 증언에 앞서 납북자 자녀 30여명은 부모들의 유해 송환에 대비해 DNA 검사를 받고서 샘플을 채취했다. 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이번에 1차 DNA 검사 대상자로 30여명을 선정했으며 검사 대상자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행사에 참여한 납북자 가족 등은 60년 동안 어버이날에 달아주지 못한 카네이션을 납북자 160여명의 사진이 실린 대형 플래카드 앞에 헌화했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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