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말로는 '민심수습'…뒤에선 '통제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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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30 화폐개혁 이후 내부혼란이 심각해지자 북한 당국은 겉으로는 화폐개혁 후속 조치들을 대부분 철회하면서도 물밑에서 사회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2중 정책'을 구사해 왔다. 우선 시장활동 허용 및 시장가격 발표(2월)→외화사용 및 대중무역 통제 완화(3월)→국정가격 100배 인상(3월) 등 모든 경제조치를 화폐개혁 이전으로 되돌려 놨다. 정치 영역에서는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물어 노동당 재정부장 박남기 총살하고, 화폐개혁을 이용해 개인재산을 축적한 지방 간부들에 대한 해임과 처형이 이어졌다. 내부소식통은 이를 두고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 식' 행사였다"고 평가한다. 주민들의 일상생활 및 사회통제는 화폐개혁 이후 보다 강화된 모습이다. 특히 국경지역에서 대한 검열과 단속은 6개월 내내 지속됐다. 우선 화폐개혁 직후 물가폭등 및 식량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경지역 주민들의 탈북이나 밀수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두만강-압록강 국경경비가 크게 강화됐다. 탈북 주민을 현장에서 체포하거나, 탈북을 눈감아주고 뇌물을 받는 군인을 신고할 경우 '무조건 입당(入黨)'이 약속됐다. 무산-회령-온성 등지에서는 경비대 군인과 결탁된 주민들을 색출하기 위해 '블랙 리스트'가 작성되기도 했다. 특정한 지위 없이 부유한 사람, 가족 중에 실종자(탈북자)가 있는 사람, 과거 탈북경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가안전보위부의 내사가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신의주 일대에서는 최근 인민보안부 산하 국경경비대를 대신해 특수부대로 분류되는 교도지도국 소속 병력들이 국경경비 1선을 담당하고 있다는 첩보도 들린다. 화폐개혁 이후 두만강 도강 비용은 화폐개혁 전보다 2배 가량 올라 최고 1만위안(元)까지 '부르는 게 값'이란 말도 있다. 북한당국은 또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전격 시행한 화폐개혁 조치가 시행 당일 데일리NK 등을 통해 전세게에 타전됐던 것을 계기로, 내부정보 유출을 막기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공업 발전, 인민생활 향상'을 골자로 하는 올해 '신년공동사설' 내용이 하루 전날 데일리NK를 통해 보도(09년 12월 31일 ""北신년사 '경공업·농업 비약적 도약' 강조") 된 것에 대해 공안기관들까지도 크게 놀랐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국방위원회가 지난 1월 2일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허물어보려는 온갖 적대분자들의 책동을 철저히 소탕할 데 대하여'라는 특별지시문을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에 내려 보내면서 '비사회주의 현상들을 소탕하기 위한 50일 전투'를 명령한 것도 이런 위기 의식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보위부와 보안부는 지난 2월 8일 연합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전복시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불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복 성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보위부는 지난 3월 말부터 1개월간 전파탐지국 요원들과 독일산 수입 전파탐지기를 동원해 두만강-압록강 국경지역에서 중국산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집중 추적했다. 이 일로 함경북도 국경지역에서만 최소 50명 이상이 적발 됐으며 최소 1명이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부 역시 지난 3월 산하 정치대학 졸업생들을 함경북도 지역에 투입, 중국산 휴대전화 소지와 탈북 브로커 색출작업을 벌였다. 보안부는 특히 지난 5월 24일부터 전국 도(道) 인민보안국 산하에 300명 규모의 특별기동대를 신설, 보위부가 전담하고 있는 반(反)체제 및 반국가사범 단속까지 수사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된 4월 이후부터는 외부정보의 내부유입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통해 '대남 대결의식 고취'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한류'가 '눈의 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특히 민간단체의 대북라디오 방송과 대북전단, 한국산 영화 드라마 DVD, 외국 음악을 담은 MP3 및 컴퓨터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소식통은 "지난 3월부터 각 도 마다 109그루빠 요원 50여명이 지방을 순회하면서 비법 녹화물이나 외국 방송을 청취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월부터는 황해도와 강원도에서는 남한의 삐라를 보는 즉시 보안소에 신고 제출하라 특별지시가 떨어지기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109그루빠의 검열에 적발되면 무조건 교화형을 받게 된다. 소식통은 "인민반 회의에서는 불법 라디오, 삐라, 녹화물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알아서 자수하라는 지침이 포치(전달)되고 있지만, 이를 따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평양만 하더라도 아이리스, 추노와 같은 남조선 연작 드라마 전편이 담긴 DVD 2~4개 1세트가 북한 돈 1200~2500원에 활발히 거래된다"고 말했다. 모두 중국에서 들어온 불법 복제품들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상표가 붙어 있는 물건들이 무조건 압수되고 있다. 한국 상표 물건을 팔다 적발되는 상인들은 1천원~1만원까지 벌금을 물기도 한다. 시장관리소 직원이나 보안원들은 손님인 척 상인들에게 접근하는 '함정 단속'도 벌리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 상품 단속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천안함 사건이후 부쩍 심해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단속과 통제는 결국 국가사업 동원으로 귀결된다. 북한은 지난 5월 20일부터 공식적으로 '모내기 전투'에 돌입했다. 매주 열리는 인민반 회의와 기업소 강연회에서는 "모내기 지원 전투에 한 사람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는 무단 불참은 '정학', 거짓 이유로 불참한 경우 '퇴학'이라는 지침까지 전달됐다. 공장 기업소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식량 검열단이 순회하며 배급 현황을 검열하고 했다. 출근하지 않는 사람에게 식량배급을 주고 있는지를 조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식통은 "출근해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배급을 못주는 판에 출근도 안하는 사람에게 배급을 줄리 있냐"며 "혹시나 뜯어 먹을 것(뇌물)이 있지 않을까 해서 간부들이 말도 안되는 검열을 벌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와중에 공안기관들이 민생치안을 외면하고 있는 점이 주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소식통은 "화폐개혁 이후 강도, 살인사건등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고 있는데, 보안서에 신고를 해도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잡힌 범인들에게 뇌물을 받고 풀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보안원들은 도둑 강도 덕에 먹고 산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평양시에서는 3월부터 방송차량을 동원한 새로운 정치선전이 벌어지고 있다. 승합차나 소형 트럭에 스피커를 설치, "CNC(컴퓨터 수치제어) 기술이 개발돼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 눈앞에 왔다" "우리의 핵능력에 미국과 남조선이 떨고 있다"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에 경제가 어렵지만 인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선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3월부터는 지방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이 동원되는 '평양시 견학활동'도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 자비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자는 많지 않지 않다고 전해진다. 소식통은 "화폐개혁 실패 이후 뒤숭숭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장군님의 특별배려'로 이뤄어진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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