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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사라진 탈북자 사회
조선일보 2010-11-04 23:38: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885 2010-11-08 12:00:31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그간 탈북자 사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었다. 구심력이 사라지면 원심력이 작용하듯, 황 선생의 작고로 자칫 탈북자 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며칠 전 황 선생이 맡고 있던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후임을 놓고 탈북단체들끼리 갈등을 겪어 후임 논의 회의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황 선생도 탈북자 사회의 단합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는 남아 있는 탈북자들이 이루어야 할 몫이자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탈북자들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탈북자 2만명 시대다. 북한 전체 인구의 0.1%에 가까운 북한 주민들이 탈출해 대한민국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탈북자들을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탈북자들의 경제생활과 적응에 가장 중요한 요건인 고용률(41.9%)은 전체국민 고용률(59.3%)에 비해 턱없이 낮다. 탈북자들의 월평균 근로소득(106만원)은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절대 빈곤을 피해 사선을 넘어왔으나 상대적 빈곤의 벽에 부딪힌 격이다.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여전하다. '원정화 사건'과 같은 위장 탈북 및 간첩사건들이 터지면서 남한 사람들은 주위의 탈북주민들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그럴수록 탈북주민들은 괜한 자책감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탈북자 사회를 분열시키고 이들을 경원시하는 풍토를 만들려는 김정일 정권의 노림수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통하는 현실 앞에서 탈북자들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최근 하나원에서 일하던 탈북자 출신 직원들이 퇴직당한 것도, 일부 대기업들이 탈북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도, 그들에게는 그저 한탄과 원망의 대상일 뿐이다.

탈북자 자신들의 문제도 있다. 탈북자 가운데 10%가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 강간 폭력 등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 낯선 세상에서 살다 보면 빈곤과 고독에 지칠 수도 있고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범죄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요즘엔 먼저 온 탈북자들이 나중에 온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나 폭력 등 범죄행위도 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 문제를 대하는 정부와 국회에도 잘못이 있다. 통일부 산하 '하나원'은 탈북자들의 정착지원을 위해 건강 증진과 직업훈련 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마친 탈북자 중에는 하나원에 아쉬움을 표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고 직원들의 태도에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법은 발의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이웃나라들과는 다른 태도다. 북한인권법에는 탈북자들에게 교육과 생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탈북자 처우 문제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의 당위성 문제와 직결된다. 탈북자의 증가는 대한민국 경제활동에서 그들이 기여하는 몫이 커지는 동시에 탈북자의 성공스토리가 많아질수록 북한주민들 사이에 '남한 드림'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 결국 통일로 이어질 수 있다. 탈북자들도 낯선 사회에 적응이 어렵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통일의 전령'이라는 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임경묵·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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