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한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그 중 10% 정도만 한국에의 정착에 성공한다고 하는데요, 9년 전 한국에 온 순영옥 씨, 자신도 어려운 처지지만 남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는데요. 장유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놀이공원을 찾은 지적장애 학생들. 학생들 사이로 '작은 키 엄마'로 불리는 순영옥 씨가 보입니다.
눈썰매를 탈 때도, 점심을 먹을 때도. 순 씨의 손길과 눈길은 학생들에게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순 씨의 봉사가 특별한 이유는 순 씨 역시 아직은 도움이 필요한 탈북자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최정호 실무담당 / 장애인봉사활동단체 "어려운 이들을 돌보고 그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그 열정을 (탈북자가 아닌) 우리가 오히려 배우고 있습니다."
순 씨가 한국에서 겨울을 맞은 것도 이번이 9번째. 북한에서 사진 한 장 챙겨오지 못한 터라,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립은 꿈도 못 꿀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넉넉한 살림이 아니지만, 팔을 걷고 봉사활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 순영옥 / 새터민 "자원봉사를 하는 분을 보니까 (돈이) 많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시간이 남아서 하는 분들이 아니더라고요. '우리도 탈북자이지만 해보자', 우리(탈북자)가 받았던 사랑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을 위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 등 한국에서 취득한 자격증만 8개. 2009년에는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중학교 교사를 한 경험을 살려, 대안학교 교사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순 씨에게 공부 뿐 아니라 한국 생활의 어려움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 장옥란 12세 / 새터민 대안학교 "순영옥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제가 어머니와의 관계가 안좋았거든요. 선생님께서 상담도 해주시고 어머니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말씀해주셨고"
남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순 씨지만, 명절만 되면 북에 남겨둔 가족 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옵니다.
인터뷰 : 순영옥 / 새터민 "시형제 가족들이 아직 북한에 계십니다. 혹시라도 (탈북한) 우리 가족 때문에 피해나 고난을 받았을 까봐, 그런 생각을 하면 제가 죄인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거든요."
순 씨의 남은 꿈은 고향 땅 신의주에 사회복지 시설을 짓는 것입니다.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는 북녘 동포들에게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 순영옥 / 새터민 "통일이 되면 북한 땅에 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을 세워서 제가 갖고 있는 (봉사에 대한) 사명감을 북한 땅에서 펼치고 싶은..."
EBS 뉴스 장유진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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