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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방송에 아직도 속고 계십니까?”
주성하기자 2011-01-26 07:12:11 원문보기 관리자 1100 2011-01-27 16:20:25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1월 21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경제강국건설을 촉구하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조선중앙방송에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하더라고요.

그걸 듣는 순간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사회주의경제건설 10대 전망목표’라는 것을 귀가 아프게 들었던 생각이 나더군요.

1980년대엔 어딜 가나 벽보판에 붙어 있어 저도 자라면서 숫자들을 완전히 외워버렸습니다.

하지만 한 10년 전부터 슬그머니 10대 전망목표라는 말이 사라져서 지금 젊은 세대는 아예 그런 것이 있었는지도 모를 겁니다.


이제는 영영 꿈으로만 남게 될 그 계획들을 오늘 제가 한번 다시 상기시켜 보려 합니다.

10대 전망목표는 전력 1000억㎾h, 석탄 1억 2000만 톤, 강철 1500만 톤, 유색금속 150만 톤, 화학비료 700만 톤, 세멘트 2000만 톤, 직물 15억m, 곡물 1500만 톤, 수산물 500만 톤, 간석지 30만 정보를 말합니다.

쭉 한번 되풀이해 읽어보니 우리가 저런 꿈을 꾸었던 때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허거픈 웃음만 나옵니다.


한 분야씩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력이 1000억㎾h로 돼 있는데, 사실 북조선 면적이나 인구 정도면 이것보다 더 많이 생산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는 생산용량이 235억㎾h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그냥 용량일 뿐이지 실제 생산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한해에 4000억㎾h를 생산합니다. 한국 인구가 북조선의 2배 정도 되니깐 북조선이 이 정도 수준에 올라서려면 2000억㎾h 정도의 전력을 생산해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10분의 1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석탄은 지금 얼마 캐내고 있는지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한국 통계청은 북에서 석탄 생산량이 한해 2000만 톤은 넘는다고 하는데 통계청의 북조선 관련 수치를 믿을 수가 있어야죠.

심지어 통계청은 북조선의 국민소득이 1000 딸라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제가 중국이 소득 1000 딸라 라고 하던 1990년대 말에 탈북 했는데, 북조선이 그 당시 중국 수준까지만 올라오면 저는 정말 원이 없겠습니다.

남쪽에서 원유를 수입해 오는 것이 더 수지가 맞아 석탄은 몇 십만 톤밖에 생산하지 않습니다.


철은 한국에서 지난해 4857만 톤 생산했습니다. 요즘 북쪽은 주체철을 만든다며 난리던데 몇 십만 톤 정도는 생산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5000만 톤 가까이 철을 생산하는 것을 보면 10대 전망목표에서 언급된 1500만 톤은 어마어마한 양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 포항제철 한 곳에서만 3000만 톤 이상 생산합니다. 북에는 철광매장량이 많기 때문에 사실 수천만 톤 정도는 얼마든지 생산할 능력이 있습니다.


화학비료도 700만 톤은 고사하고 수십 만 톤도 생산 못해 햇볕정책 때 한국에서 30만 톤씩 주었습니다. 여기선 화학비료를 해마다 300만 톤 정도 생산하는데 사실 농사를 많이 짓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만 생산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1년에 세멘트를 6000만 톤 정도 생산하는데, 북쪽도 석회석이 풍부해 전기만 충족되면 세멘트는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요즘 평양 10만 세대 건설에 온 나라 세멘트를 몽땅 동원하는데, 겨우 천 몇 백 세대 완공하고 지금은 세멘트가 없어 놀고 있잖습니까.


직물도 15억 m는 고사하고 지금 돌아가는 공장조차 있는지 모르겠네요.

예전에는 뽀뿌링이니 비날론이니 좀 나왔지만, 요샌 몽땅 중국천이 장마당을 점령했잖습니까.

비날론 공장도 가동도 안 되는 것을 하루 이틀 연극부리면서 생산하는 척 하고는 노동신문에 “비날론 바다가 펼쳐진다”고 선전하는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농업과 수산물 분야는 여러분들이 실상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사실 북조선처럼 척박한 땅에서 곡물 1500만 톤을 생산할 필요가 왜 있습니까. 북조선은 농사가 아니라 공업을 발전시켜 곡물을 사오면 됩니다.

미국, 중국, 브라질과 같은 농업대국을 보면 날씨도 좋고 땅도 비옥하고 평야도 무한하기 때문에 100% 기계화를 해서 톤당 생산단가가 얼마 안 듭니다.

요즘은 공업이나 농업 모두 잘하기 힘들 뿐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죠.


한국도 쌀만 좀 농사짓고 곡물사료는 전부 수입해옵니다. 현재 전체 곡물소요량의 4분의 1만 한국에서 생산되고, 4분의 3은 사옵니다.

대신 세계 1위의 전자회사인 삼성전자, 세계 5위의 자동차회사인 현대차 이런 쟁쟁한 기업들이 생산한 공업품들을 세계에 팝니다.


북조선도 철강, 세멘트, 마그네사이트 이런 것들을 생산해 팔아 쌀을 사오는 식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산밖에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 전 국민의 대다수가 손바닥만 한 경작지에 매달려 산다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한국은 사람들을 억지로 내몰지 않아도 잘만 발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조선은 아무리 목표를 높게 세우고 인민을 달궜다 쳐봐야 점점 후퇴만 합니다. 그게 바로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의 차이입니다.


사회주의경제건설 10대 전망목표로 한 15년 동안 사람들을 잘 얼려먹었죠. 이번 10개년 전략계획으로 또 10년 환상을 갖게 하고 내몰 수 있을 것이라고 타산하고 있겠죠.

하지만 오산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잘 사는 유일한 길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하루 빨리 시장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으로 바꾸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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