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대학생의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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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꾸며 살고 있지만 이들보다 더 절박하게 꿈을 소망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가졌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이들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이들은 바로 탈북자다. 최근에는 '새터민'이라는 순화용어로 고쳐 부르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순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꿈을 이루려 왔지만, 이 땅을 밟는 순간부터 탈북자 브로커들에게 줄 돈으로 빚쟁이가 되어야하는 신세다. 그리고 '나와 다른'이 아닌 '나보다 못한'이란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들의 태도에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그들의 삶 속에는 꿈에서 너무나 벗어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터민 대학생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을까? 대학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취업'을 그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어렵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 상황을 담담하게 이겨나가고 있는 새터민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황득현(31세)씨를 만나보았다. 현재 황씨는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고 NKYN(새코리아청년네트워크)학술교육부장이다. -탈북자란 꼬리표 때문에 받는 차별이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그렇죠. 북한에서는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는 지도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는 다만 탈북자기 때문에 어딜 가도 하층 취급을 받으니 잘못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처음엔 들었어요.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죠. 일단 여기에 뿌리를 내리려고 했으면 제일 밑에 어려운 경험부터 시작해 열심히 해보자고! 또 저는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만 하면 오래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밖에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정말 다양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집집을 다니며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보기 위해 택배기사도 해봤고, 건설현장에서도 일해 봤고, 세탁소에서 빨래도 해봤고, 자동차 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도 해봤고 참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여러 가지 경험을 쌓고 보니 "나도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신감으로 늦은 나이지만 대학에 입학하게 됐어요. 근데 이러한 자신감으로 입학했지만 내가 과연 이 대학교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생겼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이대에서 제 전공에 대한 찬반토론 대회가 있어 참가했는데 3개월 동안 예선, 본선, 준결승, 결승을 치루면서 결국 수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내가 학업적인 부분에서도 아직은 경쟁력이 있구나."라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북한의 대학생활과 남한의 대학생활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표현의 자유죠. 북한은 어떤 규칙 속에 적응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거의 없는 편이죠. 이런 주입식 교육에 적응되어 있었기에 발표나 조사처럼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요구하는 남한의 교육방식을 따라가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잘 할 수 있는데 막상 앞으로 가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거죠. 하하. 표현을 하는 이 행동자체가 어색해서 뜻대로 잘 안됐지만 몇 개월이 흐른 뒤 많이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발표 나가서 또박 또박 말 잘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며 감탄합니다. -북한의 대학교육 방식은 어떤가요? 중간?기말고사가 있고 졸업학년 때 논문을 내는 형식 자체는 같아요.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시간표를 짜는 남한과 달리 학교에서 이미 정해준 수업시간에 맞춰 듣죠. 그렇기 때문에 대학 4년 동안 과 동기들과 한 반에서 같은 수업을 들어서 여기처럼 학과 동기를 모르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죠. -북한 대학생들이 남한에서 많이 선택하는 전공은 어떤 건지요? 거의 대부분이 중국어를 선택해요. 중국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일단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서 중국 현지에서 오래 산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죠. 어떤 친구들은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어요. 이런 면에서 남한 학생들 보다 경쟁력이 높아 한 10명중 7명은 이 전공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요즘 어학을 전공해서 취업하기란 만만치 않죠. 나중에 취직하는 걸 보면 중국어 전공과는 전혀 상반되는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고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남한학생들이나 북한학생들이나 스펙을 쌓기 위한 노력과 방법은 비슷해요. 영어가 취약한 학생은 영어 학원을 통해 실력을 쌓고, 리더십 캠프에도 참여하고 자기 스펙을 쌓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합니다. 물론 차이가 있다면 경제적인 차이입니다.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한 대학생들은 부모님께서 대학등록금을 내줍니다. 하지만 북한 대학생들은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교육비가 만만치 않지만 P어학원에서는 새터민 학생들을 위해 수강료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잘 찾아 잘 활용하면 매우 좋죠. -취업정보를 얻는 경로는? 새터민 초중고학생들은 어떻게 교육을 받나요? 저 같은 경우는 북한에 있을 적 남한 드라마를 몰래 몰래 많이 봤어요. 기억나는 드라마가.. 토마토부터 시작해서 이브의 모든 것, 아름다운 날들...^^ 그래서 그런지 남한에 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적응이 빠른 편이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어투나 생활 방식을 고치는데 매우 어려움을 느껴요. 그래서 아이들이 일반 학교로 바로 입학을 하면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았고 또 어린 마음에 서로를 포용하기가 더 힘들죠. 그래서 대안학교를 많이 가요. 대안학교가 잘 되어있고 그 시스템도 굉장히 도움이 되요. 수준별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덜 부담을 느끼고, 우리들에게 관심이 많은 남한 대학생들이 봉사 하러 와서 친근하게 문화교류도 할 수 있죠. -북한에 대해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지? -대학생들이 새터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취재를 마친 최서연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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