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中華로 돌아오다]삼엄한 탈북 감시… 국경시장 넉달째 ‘개점휴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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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부) ③ 북·중 접경지역에 가보니 중국 투먼시와 북한 남양시를 잇는 투먼대교옆에 서 있는 ‘중조우의탑’. 겨울에는 추운날씨로 관광객이 뜸하다. ?지난 10일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와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를 잇는 투먼대교.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교역을 위해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차량이 통행하는 곳이다. 20위안(약 34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외국인이 접근 가능한 다리 중간지점까지 가자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들어왔다. 바닥에는 한글과 중국어로 ‘변경선’이란 글이 쓰여 있었다. 두 나라의 국경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8월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북한 땅을 살펴보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중국 측 안내원은 “추운 날씨 때문에 관광객이 많지 않다”며 “북한과의 인접지역에서 일하지만 북한 사람보다 한국인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투먼시 세관 부근에 설치된 호시(互市). 중국과 북한은 무관세로 국경무역을 할 수 있는 호시를 지난해 10월 개설했다. 그러나 교역이 뜸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위쪽 사진). 투먼대교 매표소 부근에 있는 기념품 가게의 모습. 관광객을 상대로 북한의 담배와 우표 등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다.
투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8월 방중 일정을 마치고 통과하면서 북·중 경협 창구로 주목도가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투먼대교의 중국 측 입구인 세관 뒤편에 호시(互市)가 개설됐다. 축구장 크기의 공터에 중국과 북한 상인들이 거래할 수 있는 접경지역 시장이다. 출입국 업무와 상품교역을 위한 가건물이 설치돼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중국인은 “호시가 개장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북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 되돌아가지 않을까 북한 측이 우려해 교역은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투먼 세관에도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차량 두 대가 통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두만강변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조선족 상인은 “담배나 우표 등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기념품이 수입되지만 호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은 육지를 통해 14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세계에서 인접국이 가장 많은 나라다. 북한과는 한국전쟁 경험을 공유한 동맹국으로 한·미 양국만큼이나 전통적인 우의 국가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으로 부른다. 미국에 맞서고 북한을 도와 승리한 전쟁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 지도자들과 상층부 사이에는 현재도 긴밀한 전략적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접경지역 분위기는 냉랭했다. 두만강변을 따라 중국 쪽에서도 곳곳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 투먼에는 탈북자 수용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을 지키고 있는 북한군이 경비초소를 나와 강을 주시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중국인들에게 북한 주민은 경제적으로 빈궁한 접경국가의 골칫거리로 비춰지는 듯했다.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공안의 감시와 처벌은 가혹할 정도다. 탈북자를 도왔다가 5만위안(약 850만원)의 벌금을 낸 사람도 있다. 투먼과 옌지(延吉) 지역의 대졸 취업자 연봉이 2만~3만위안이란 점을 감안하면 벌금 수준을 상상할 수 있다. 투먼에서 두만강을 끼고 동쪽으로 향하면 훈춘(琿春)시 취안허(圈河) 세관에 이른다. 취안허 세관 정문은 굳게 닫힌 채 10여대의 승용차와 트럭들이 주차장에서 세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을 통과하면 다리를 건너 북한 함경북도 원정리로 들어가 라진항으로 이어진다. 길이 535m에 이르는 2차로 교량으로 중국 측이 보수비 전액을 부담해 지난해 6월 공사를 끝냈다. 두만강 하류로 투먼보다 강폭이 훨씬 넓어진 두만강 건너편 북한 세관 건물에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등의 글이 적혀 있다. 훈춘시 변경경제합작구에서 속옷을 생산하는 지린트라이방직유한공사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해산물 정도나 간혹 들어올 뿐 교역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겉으로 보이는 중국과 북한 간 변경무역은 예상만큼 활발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북한과 인접해 있는 국경지대에서도 앞으로는 다양한 변경무역이 성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 라진항 무역특구에는 중국의 건설업체가 진출해 있으며 두만강 무산광산 지역에 버려져 있던 폐광석을 북한 측으로부터 수입해 재가공해 파는 기업도 있다. 중국이 접경지역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두만강 유역의 북·중 경제협력에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 일본 등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24~30시간 가까이 육로를 통해 다롄(大連)으로 옮겨져 선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류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훈춘시에 소재한 해운회사 관계자는 “북한은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을 실시했지만 외국자본 도입이 예상보다 부진하자 중계 수송을 현 단계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으로서도 북한 라진항을 이용해 동북지방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농산물을 중국 남방으로 운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북단에 위치한 라진항은 중국, 러시아 양국이 이용할 수 있는 부동항으로서 최적의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빙기에 접어들면 중국 일반인의 북한 방문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쪽 여행사들은 오는 3~4월부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라진·선봉 관광을 시작할 예정이다. 옌지에 있는 대신여행사 관계자는 “북한 관광은 대부분 1박2일 코스로 800위안 수준이며 훈춘을 거쳐 육로로 들어가 라진에서 1박을 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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